행정
창원시장이 한 대형병원 부지 내 편의시설에 약국 개설등록을 허가한 처분에 대해 인근 약사들과 해당 병원 외래환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인근 약사들과 환자들의 소송 제기 자격(원고적격)을 인정하고, 해당 약국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의 시설 안이나 부지의 일부를 분할한 곳에 해당하여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 부지 내 편의시설에 대한 약국 개설등록 처분을 최종적으로 취소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 분쟁은 2017년 5월, V라는 사람이 창원시에 위치한 J 건물(한 병원 부지 내의 편의시설 건물)에서 약국 개설등록을 신청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창원시는 해당 장소가 병원 시설 구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등록을 불허했으나, V는 행정심판을 통해 불허 처분을 취소시키는 재결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V는 약국 등록 후 영업을 폐쇄했고, 2017년 10월 피고보조참가인 G와 H가 이 J 건물 1층에 각각 L약국과 K약국 개설등록을 신청하여 창원시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 C와 D는 자신들의 약국 매출이 급감하고 심지어 휴업에 이를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또한 약사단체인 사단법인 A와 B단체, 그리고 해당 병원의 외래환자인 E와 F은 이 약국 개설이 의약분업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고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창원시장의 약국 개설등록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사단법인 A와 B단체에 대해서는 소송 제기 자격(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그러나 인근 약사 원고 C, D와 병원 외래환자 원고 E, F에 대해서는 원고적격을 인정했습니다. 본안 판단에서는 해당 약국이 병원 시설 안에 개설된 것이거나 병원 부지의 일부를 분할한 장소에 개설된 것으로 보아,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 및 제3호를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창원시장이 피고보조참가인 G와 H에게 한 K약국과 L약국 개설등록 처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 C, D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원고 C, D와 피고보조참가인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부담하며, 원고 사단법인 A, B단체와 피고 및 피고보조참가인들 사이의 항소비용은 모두 원고 사단법인 A, B단체가 부담하고, 원고 E, F과 피고 사이의 항소비용은 피고가, 원고 E, F과 피고보조참가인들 사이의 항소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들이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약사단체는 약국 개설등록 처분과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으므로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인근 약사 C, D는 이 사건 약국 개설로 인해 병원 처방 조제를 독점당하여 자신들의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제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위태로워졌다고 보아 원고적격을 인정했습니다. 환자 E, F의 경우에도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이 의약품 오·남용 방지 및 환자 건강권 보호에 있다는 점을 들어, 특정 약국 개설이 약사의 처방 검증·견제 기회를 박탈하여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원고적격을 인정했습니다. 본안에서는 이 사건 약국이 위치한 J 건물(편의시설동)이 대형병원 부지 내에 위치하며, 병원 홍보물에도 편의시설로 안내되고, 병원 방문객들이 쉽게 접근하며, 이 사건 약국이 해당 병원의 외래 처방전 중 80~90%를 독점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J 건물의 소유권 및 임대·운영 관계를 볼 때 병원이 사실상 J 건물을 운영·관리하고 있어 약국이 병원 처방 검증·견제 의무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약국이 병원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된 장소에 위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 및 제3호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전용 통로 규정(제4호)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폐쇄된 지하통로나 누구나 이용 가능한 개방된 도로를 전용 통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을 방지하고 의약분업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약사법 규정들은 단순히 공익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 약사의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제업무에 종사할 법적 지위' 및 환자의 '건강권'과 같은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이익까지 보호하려는 취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약국 개설등록 처분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인근 약사나 해당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는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자격(원고적격)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약국 개설 장소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형식적인 소유 관계나 부지 분할보다는 해당 건물의 실제 용도, 관리 주체, 일반인의 인식, 약국이 의료기관의 처방전을 독점하는지 여부, 그리고 인근 약국에 미치는 실질적인 경제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약국이 의료기관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판단됩니다. 병원 부지 내에 편의시설이라는 이름으로 건물이 지어졌더라도, 그 건물의 위치나 출입 방식, 병원과의 연관성, 그리고 약국 운영의 실태 등을 통해 병원과 사실상 일체로 운영되거나 담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약사법 위반으로 약국 개설등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