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채팅 앱으로 알게 된 피해자 B에게 400만 원을 빌린 후,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강제로 성관계를 가하여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합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7년 3월 초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 B(20세)를 알게 되어 만남을 이어왔습니다. 2017년 4월 12일경,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대출을 부탁했고, 피해자는 다음 날 현금 400만 원을 피고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같은 날 저녁 8시경, 피고인은 피해자가 운영하는 네일샵으로 찾아가 귀가시켜 주겠다고 말하며 피해자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웠습니다. 차 안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낮에 빌린 돈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며 모텔로 가자고 제안했고, 피해자가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돈을 받지 못할까 염려되어 결국 모텔로 따라갔습니다. 모텔에 도착하여 음식을 주문한 후, 피고인은 갑자기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자 "빌려 준 돈 받기 싫냐? 네가 이렇게 반항한다고 내가 못할 거 같냐?"고 말하며 피해자 어깨를 잡고 침대로 밀쳐 넘어뜨렸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의 손을 잡은 채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몸 위에 올라타 강제로 1회 간음했습니다. 피해자가 화장실에 다녀오자 피고인은 다시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강제로 1회 더 간음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어 임신중절수술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며 강간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는지 아니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강제로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판단과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행동(피고인과의 연락 지속, 고소 지연 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다만, 공개명령, 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은 피고인의 과거 성폭력 전력이 없고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보이는 점, 징역형 선고와 치료프로그램만으로 재범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면제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 B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과 피임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절수술까지 받게 된 사실이 피해자 진술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 피해자의 차량 탑승 진술 불일치나 사건 이후 피고인과의 연락, 고소 지연 등은 시간 경과에 따른 기억 혼동이나 채무 관계 및 임신중절수술비 변제 목적 등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다양하다는 '성인지 감수성' 법리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강간한 사실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양형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임신중절수술까지 받았으며,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를 농락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하여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가능한 한 빨리 경찰에 신고하고, 산부인과 진료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 진료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개인의 성향,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건 이후 가해자와 계속 연락하거나 고소가 늦어졌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피해 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특히 금전적인 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가해자와 연락을 지속하거나 고소를 미루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성관계에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면 이는 강간에 해당하며, 말뿐 아니라 행동이나 상황을 통해 반항 의사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피임 여부 등도 피해자의 반항 의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