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한 병원의 행정이사로 10년 가까이 근무한 원고가 퇴직 후 미지급 퇴직금과 수당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병원 운영 전반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의료법인 B가 운영하는 C병원에서 2007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약 10년간 행정이사로 근무했습니다. 근무 당시 원고는 근로계약서 없이 월 500만원의 정액 급여를 받았고 병원 운영과 관리 전반을 총괄했습니다. 퇴직 후 원고는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퇴직금 57,099,317원과 미지급 연차 및 공휴일 근무수당 24,749,916원을 포함한 총 69,286,119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의료법인 B는 원고가 근로자가 아닌 동업자 또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이므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대립했습니다.
원고 A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 A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가 근로계약서 미작성, 출퇴근 시간 미정, 병원 운영 및 관리 업무 총괄, 거래처 선정, 직원 고용, 병원 숙식 관리 감독, 대표이사와 유사한 수준의 급여 수령, 퇴직연금 수령 후 직원 급여 송금, 수당 미청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 의료법인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가 아닌 병원 운영 전반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 A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퇴직금 및 수당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근로자'의 정의와 범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해석하여 단순히 계약의 형식이나 직위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의 임원인 경우에도 업무의 성격이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진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며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았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판결에서와 같이 임원이 담당하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 수행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회사의 임원이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나 직위의 명칭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업무의 내용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 임금의 목적성 여부 등 실질적인 관계를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로계약서의 존재 여부 출퇴근 시간 및 휴가 등에 대한 규정 여부 업무 수행 방식의 독립성 업무 총괄 권한의 정도 급여의 형태와 수준 4대 보험 가입 및 세금 처리 방식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본 사례와 같이 경영진과 유사한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독자적으로 병원 운영의 주요 사항들을 결정하고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직책이 높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