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직원의 회사 설계도면 유출 및 업무상 배임 무죄 판결 사건

고액 분리기 제조 회사의 퇴사 직원이 회사 설계도서를 유출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거나 입사하여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은 사건입니다. 원심 법원은 설계도서가 영업비밀로서의 비밀관리성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아 영업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업무상 배임 공모 혐의를 받은 피고인 B에게도 무죄를 선고했고, 피고인 C에게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영업비밀누설 혐의와 피고인 B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사실 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하고, 피고인 C의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검사의 모든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해자 회사: 고액 분리기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 핵심 설계도서를 영업비밀로 주장하며 유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피고인 A, C: 피해자 회사를 퇴사한 직원들로, 퇴사 후 D 주식회사를 설립하거나 입사하여 피해자 회사의 설계도서를 유출하고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특히 C는 재직 중 설계도서를 USB에 저장했습니다.
• 피고인 B: 피해자 회사의 퇴사 직원으로, C의 업무상 배임 행위에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 D 주식회사: 피고인 A와 C가 설립하거나 입사한 회사로,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을 취득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분쟁 상황

피해자 회사의 직원이었던 피고인 C는 재직 중에 회사 핵심 자산인 설계도서를 개인 USB에 저장했습니다. 이후 피고인 C는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고, 피고인 A 등과 함께 D 주식회사를 설립하거나 D 주식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피해자 회사는 퇴사한 직원들이 회사의 중요한 설계도서를 무단으로 유출하여 사용하여 부정 경쟁 행위를 하고, 나아가 개인들이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판단하여 검찰에 고소했고, 검사는 이들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등)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특히 피고인 C가 퇴사 시 설계도서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소지하고 있던 점, 그리고 새로운 회사인 D 주식회사가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번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피해자 회사의 설계도서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특히 '비밀관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피고인 B가 피고인 C의 업무상 배임 행위에 공모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셋째, 피고인 C에게 선고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형량(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너무 가벼워 부당한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1. 영업비밀누설 혐의 (모든 피고인): 법원은 피해자 회사가 설계도서를 비밀로 관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회사의 출입 통제 장치는 외부인 방지용일 뿐 설계도서의 비밀유지를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 직원들의 업무용 컴퓨터 비밀번호 변경 권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관리·감독이 불분명하며,
   • 피고인 C가 재직 중 설계도면을 USB에 저장하는 과정에 회사 측의 특별한 허가나 제재가 없었던 점,
   • 하드디스크 교체 및 보관의 불분명성,
   • 설계도서에 '대외비, 복사금지' 주인이 언제 날인되었는지 불분명하고 C가 복제할 당시 존재 여부도 불확실한 점,
   • 취업규칙의 자료 유출 금지 조항이 모든 자료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일 뿐 특정 설계도서가 영업비밀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부족하며, 회사 대표도 영업비밀을 목록화하거나 등급화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 더욱이 과거 회사 경리 직원이 회사 자료 보안 교육이 없었고 하드디스크 관리가 부실했다고 진술한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설계도서의 비밀관리성이 인정되지 않아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2. 피고인 B에 대한 업무상 배임 공모 혐의: 법원은 피고인 B가 피고인 C의 업무상 배임 범행에 공모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C가 퇴사 당시 D 회사 입사 문제에 대해 B와 상의했다는 자료가 없고,
   • 오히려 C와 A는 A의 권유로 C가 D에 입사했다고 일치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 설령 B가 C를 D로 영입하는 데 관여했더라도, C가 퇴사 당시 설계도서를 소지하고 있다는 점까지 B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B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3. 피고인 C에 대한 양형 부당 주장: 법원은 피고인 C에게 선고된 원심의 형(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인이 퇴사 시 설계도서 반환·폐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피해자 회사가 용서하지 않은 점은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 하지만 피고인이 설계도서를 불법적인 수단으로 적극 반출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업무상실화죄 벌금형 1회 외에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게 가볍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제기한 모든 항소(영업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사실오인, 피고인 B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사실오인, 피고인 C의 양형부당)를 기각하고,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 A, B, D 주식회사는 영업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가 되었고, 피고인 B는 업무상 배임 공모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피고인 C는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최종적으로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법률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의 정의): 이 법률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특히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었는지', 즉 '비밀관리성'이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단순한 사무실 출입 통제나 일반적인 자료 유출 금지 조항만으로는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핵심 자료에 대한 명확한 비밀 표시, 접근 권한 관리, 저장매체 통제, 직원 교육 등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비밀 유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가 설계도서를 영업비밀로 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영업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피고인 C는 피해자 회사 재직 중 회사 설계도서를 USB에 저장하고 퇴사 시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아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았고, 이는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B에 대한 공모 혐의는, B가 C의 배임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는 공모 관계를 인정하려면 공모자들 간의 의사 합치가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 기각): 이 조항은 '항소법원은 항소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검사의 항소 이유(사실오인 및 양형부당)가 항소심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원심의 판결을 유지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참고 사항

기업의 핵심 기술이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영업비밀'로서의 요건을 철저히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다음 사항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 비밀 관리성 확보: 영업비밀로 주장하는 정보는 단순히 '중요한 자료'를 넘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합리적인 노력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접근 통제: 회사 사옥 및 사무실 출입 통제뿐만 아니라, 핵심 자료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접근 권한을 등급화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접근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자료 관리 시스템: 업무용 컴퓨터의 비밀번호 사용을 의무화하고 주기적인 변경을 감독하며, 개인 USB나 외부 저장장치로의 자료 복제를 통제하고 기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 물리적 보관 및 관리: 하드디스크 교체 시 기존 데이터를 안전하게 파기하거나 별도로 금고에 보관하는 등 물리적인 보안 관리도 중요합니다.
  • 비밀 표시: 설계도서나 중요한 문서에는 '대외비', '복사금지', '영업비밀' 등의 명확한 표시를 하고, 언제부터 이러한 표시가 적용되었는지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 내부 규정 및 교육: 취업규칙에 영업비밀 유출 금지 조항을 명확히 하고, 단순히 모든 자료 유출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 어떤 자료가 '영업비밀'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목록화, 등급화해야 합니다.
  •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영업비밀 보호 교육을 실시하고,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는 등 직원이 영업비밀의 존재와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해야 합니다.
• 퇴직 절차 관리: 직원이 퇴사할 때 업무 자료를 반환하거나 폐기하도록 의무화하고, 실제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퇴사 시 컴퓨터 및 저장매체 포렌식 등을 통해 자료 유출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이직 및 창업 시 주의: 이직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창업할 때 이전 직장의 자료를 무단으로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업무상 배임이나 영업비밀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이전 직장의 기술을 활용할 경우, 해당 기술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 공모 관계 입증의 어려움: 업무상 배임과 같은 범죄에서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공모자들 간의 의사 합치와 각자의 역할 등이 명확하게 증명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간접적인 정황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