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운영규정을 변경하면서 직원의 임금지급률을 조정하자, 해당 직원의 상속인들이 추가 임금과 퇴직금 등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특히 이전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번 소송에 미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며, 대법원은 이전 소송의 변론종결 이전에 존재하던 사유를 바탕으로 하는 추가 임금 청구는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일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했고 이후 운영 규정을 개정하여 일부 직원의 임금지급률을 조정했습니다. 망 H 직원은 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았는데, 이전에 임금피크제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소송에서 통상임금이 증액되어 시간외근무수당이 늘어나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망 H 사망 후, 그 상속인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2017년 임금지급률 조정에 따른 미지급 임금과 통상임금 증액을 반영한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이전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의 확정판결이 이번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통상임금 증액이라는 새로운 사유가 이전 판결의 효력을 넘어설 수 있는지였습니다.
2017년 임금피크제 운영규정 변경에 따른 임금 지급률 조정이 소급하여 임금을 삭감한 것으로 무효인지 여부, 이전 소송에서 통상임금이 증액된 것을 반영하여 피크임금을 재산정하고 추가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 그리고 망 H가 이전에 제기하여 패소한 임금피크제 무효 주장 소송(제1 관련소송)의 확정판결이 현재 추가 임금 재산정 청구에 미치는 효력(기판력)이 있는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 임금지급률을 66.9%로 정한 것이 소급하여 임금을 삭감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2017년 6월 30일 기준 추가 중간 정산 퇴직금 채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는 원심의 판단 역시 옳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임금 청구는 이전 임금피크제 무효 주장 소송(제1 관련소송)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임금 청구 소송의 소송물이 같으며 통상임금 증액은 이전 소송 변론종결 전에 존재하던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원심의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또한 이와 선택적으로 병합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중 파기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원고 및 선정자 F에게 각 215,691원, 선정자 G에게 323,538원 및 지연손해금)도 함께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반면 2018년 7월분부터 2019년 6월분까지의 추가 임금 및 추가 퇴직금 청구 부분은 제1 관련소송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고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전 임금 소송의 확정판결이 갖는 ‘기판력’의 범위를 명확히 하며, 이전 소송의 변론종결 시점 이전에 발생했던 사유를 가지고 다시 동일한 기간의 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기간에 대한 추가 임금 청구와 관련된 원심의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하였으며, 그 외의 원고 상고와 피고 상고는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기간의 임금 청구에 대해서는 이전 판결의 효력이 인정되어 다시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는 확정판결의 기판력(旣判力)입니다. 기판력이란, 일단 확정된 판결의 내용에 대하여 당사자와 법원이 그 판결에 반하는 주장을 하거나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게 구속하는 효력을 말하며, 이는 소송의 안정성과 분쟁의 종결을 위한 중요한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이전 소송에서 임금을 청구하고 이번 소송에서도 임금을 청구한다면, 청구의 근거가 되는 임금액 산정 방식이 달라지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청구’라는 소송물은 같다고 보았습니다. 즉, 구체적인 계산 방식은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전 소송의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이미 통상임금 증액과 같은 사유가 존재했다면, 당사자가 그때 그 사유를 몰랐거나 주장하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그 사유를 들어 다시 동일한 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기판력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이전에 다툴 수 있었던 내용을 다시 다투는 것을 막아 불필요한 소송의 반복을 방지하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는 소액사건에서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판단을 한 경우 상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기판력에 대한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를 원심이 따르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임금 관련 분쟁에서 이미 확정된 판결이 있다면, 그 판결의 기판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특히 새로운 주장 사유가 이전 소송의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소송물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이미 관련된 내용으로 소송이 진행되어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그 판결의 ‘기판력’이 후속 소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전 소송에서 다루었거나, 그때 다툴 수 있었던 내용이라면 다시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임금이나 퇴직금 채권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특정 시점부터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권리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권리 발생 시점과 소멸시효 기간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이나 단체협약의 변경은 개인의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변경 내용과 그 시행 시점을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임금 계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통상임금은 시간외근무수당, 퇴직금 등 다양한 수당과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됩니다. 통상임금 범위가 변경되거나 추가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를 반영하여 재산정을 요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전에 확정된 판결의 효력 범위 내에 있는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