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이 사건은 고시원 관리자로 일한 A씨가 고용주인 B씨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A씨는 고시원에 상주하며 사무실 개방시간은 물론 휴식 시간에도 수시로 업무에 투입되었으나, B씨는 A씨의 대기 시간이나 휴식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급심은 근로감독관의 근로시간 산정 내역을 인용하여 A씨의 주장을 배척했으나, 대법원은 실제 근로시간에 대한 심리가 충분하지 않았고 근로시간 산정 법리를 오해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고시원 사무실을 관리하며 특별히 정해진 근로시간 없이 피고의 문자메시지 지시나 입주민의 요청 시에만 업무에 투입되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사무실을 개방했으나, 그 외 시간에는 피고가 제공한 고시원 방실에서 생활하며 개인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원고는 사무실 개방 시간 전체와 휴식 시간 중에도 수시로 업무에 투입된 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주장하며 임금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원고가 고시원에 상주하면서 업무 지시가 없더라도 대기 상태에 있었던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가 주된 다툼의 대상이었습니다.
고시원 관리자가 고시원에 상주하며 업무 대기 및 휴식 시간에도 사용자나 입주민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업무에 투입된 경우, 이러한 대기 시간이나 휴식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근로감독관의 근로시간 산정 내역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실제 근로시간에 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다시 돌려보내 재심리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따라서 고시원 관리자가 상주하며 수시로 업무에 투입된 점을 고려할 때, 원심은 원고의 실제 근로시간을 더욱 구체적으로 산정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기시간 등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본 판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개념을 다루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의미하며,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여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 내용, 취업규칙, 단체협약 규정, 업무 내용과 구체적 방식, 휴게 중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휴게 장소 구비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다14110, 14127, 14134, 1414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가 고시원에 상주하며 휴식시간에도 수시로 업무에 투입된 점은 이러한 지휘·감독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고시원 관리자나 경비원처럼 사업장에 상주하며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 직업의 경우, 실질적인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로계약 체결 시 업무 시간과 휴게 시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특히 대기 시간의 성격(자유로운 이용 보장 여부 및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근로자는 업무 지시 내용, 업무 투입 시간, 휴게 시간 중 업무 방해 여부 등 실제 근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증거 자료(문자 메시지, 근무일지 등)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을 제공하고, 휴게 시간 중 불필요한 간섭이나 감독을 지양하여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식을 보장해야 합니다. 단순히 급여액을 최저임금으로 나누어 근로시간을 역산하는 방식만으로는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