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한국인 남성인 원고는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여성 피고와 키르기스스탄과 한국에서 각각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이후 피고는 결혼이민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하여 원고와 40일가량 동거하였으나, 외국인등록증을 받은 직후 가출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진정한 혼인의사가 없었다며 혼인무효 확인을 청구했고,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가 부모의 이름을 다르게 알려주고 동거 기간이 짧았다는 등의 이유로 혼인무효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의사의 부존재를 단정하기 어렵고, 혼인 생활 중의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한국인 남편과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아내가 양국에서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이민비자 발급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한국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남짓(40일) 동거한 후 아내가 가출하자, 남편은 아내가 처음부터 진정한 결혼 의사가 없었으며 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아내는 혼인무효 주장에 반박하며 이혼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법정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외국인 배우자가 혼인신고 당시 진정한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혼인을 무효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혼인 전 배우자가 부모의 이름을 다르게 알려준 사실과 혼인 후 40일이라는 짧은 동거 기간 후 가출한 사정들이 혼인무효의 요건인 '혼인의 합의 부존재'를 인정할 객관적 근거가 되는지, 그리고 국제결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이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민법 제815조 제1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가 부모 이름을 다르게 알려준 사정이나 40일의 짧은 동거 기간만으로는 혼인 당시 진정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혼인 성립 이후의 사정들은 이혼 사유에 가깝다고 보아, 이를 근거로 처음부터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혼인무효를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국제결혼의 경우 언어와 문화 차이, 비자 발급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배우자의 혼인의사 유무를 더욱 세심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혼인 신고 이전에 있었던 사정 중 혼인의사를 부정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고, 혼인 이후의 동거 기간이나 관계 지속 노력 여부는 이혼 사유이지 혼인무효 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다시 가정법원에서 심리하게 되었습니다.
민법 제815조 제1호 (혼인의 무효):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를 혼인무효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혼인의 합의'란 당사자들이 사회 통념상 부부로서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이루려는 의사의 합치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혼인신고 당시 이러한 진정한 혼인의사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법적 쟁점이었습니다.
가사소송법 제12조, 제17조 (가사소송의 직권조사주의): 혼인무효 사건은 '가류 가사소송사건'에 해당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증거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혼인의사의 부존재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는지 면밀히 심리해야 합니다.
혼인무효와 이혼의 명확한 구분: 법원은 혼인무효(혼인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음)와 이혼(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이 해소됨)을 엄격하게 구분합니다. 혼인무효는 이혼에 비해 가족관계등록부 처리 방식이나 유족급여, 상속 등에서 유리한 효과가 있을 수 있어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단순히 배우자가 혼인 생활 유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거나 혼인 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보였다는 등 '혼인 이후'에 나타난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국제결혼의 특수성 고려: 외국인 배우자와의 혼인무효 소송에서는 언어 장벽, 문화 및 관습의 차이, 결혼이민비자 발급 절차 등 국제결혼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혼인 생활의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배우자의 혼인의사 유무를 판단할 때 더욱 섬세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대법원은 판시했습니다.
혼인무효를 주장하려면 혼인신고를 할 당시부터 배우자에게 진정한 결혼 의사가 없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혼인 생활이 짧았거나, 배우자가 혼인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등의 혼인 생활 중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혼인무효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은 대부분 이혼 사유에 해당하며, 혼인무효와 이혼은 법적으로 다른 결과를 가져오므로 엄격하게 구분됩니다. 특히 국제결혼에서는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비자 발급 절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으므로, 배우자의 의사를 판단할 때는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혼인 과정에서 소요된 시간, 노력,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배우자가 결혼을 회피하려는 의도였는지 아니면 진정으로 결혼을 원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우자가 부모의 이름을 다르게 말한 것과 같은 사소한 정보 오류만으로는 혼인의사를 부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덕수 황준협 변호사입니다. ”
“법무법인 덕수 황준협 변호사입니다. ”
2019므11584 사건은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를 상대로 혼인무효를 주장한 사건입니다. 저는 외국인 아내의 변호사로서, 남편이 주장한 혼인의사 없음을 이유로 한 혼인무효 주장에 적극 대응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혼인무효가 인정되지 않았으나, 2심에서 아내에게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보아 혼인무효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에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이 혼인무효의 근거로 든 사실들이 실제로 혼인 의사가 없었다고 추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아내가 남편에게 부모의 이름을 잘못 알려준 점이나 짧은 동거 기간만으로는 혼인 의사 부존재를 입증하기에 부족하고, 이후의 행동들은 혼인 성립 후의 사정으로서 이혼 사유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외국인 배우자의 경우 문화 및 관습 차이 등으로 혼인 생활의 모습이 다를 수 있으므로 혼인 의사를 보다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원심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국제결혼 사건에서 외국인 배우자의 입장과 처지를 세심히 살펴 혼인 의사를 판단해야 함을 대법원이 분명히 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이주분야 전문변호사로서 전문성이 발휘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