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피고 회사(공기업)가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후 퇴직한 원고들(전 직원들)이,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의 절차적 하자와 개별 근로계약 위반, 그리고 연령 차별에 의한 위법성을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와 내용이 적법하며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회사인 A 주식회사는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2015년 8월 B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일반 직원은 2년간 기준 임금 대비 65%(1년차) 및 60%(2년차)를, 청원경찰은 1년간 기준 임금 대비 65%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이 조정되었습니다. 이후 피고 회사에서 퇴직한 원고들은 이 임금피크제 도입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삭감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의 절차상 하자와 개별 근로계약과의 상충, 그리고 연령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 개별 근로계약에 우선하여 임금피크제가 적용될 수 있는지,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이지 않은 차별로서 무효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인한 정년 연장 의무화에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절차가 진행되었고, 개별 근로계약에 임금 수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이상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으로 정년 연장 및 별도 직무 부여, 역할급 지급, 교육 지원 등 합리적인 대상 조치가 있었다고 보아 연령 차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다음 법률과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으므로, 취업규칙 변경 절차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7조 (근로계약과 취업규칙):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 무효가 되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을 따릅니다. 그러나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구체적으로 정한 경우, 그 개별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개별 근로계약에 임금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별,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합니다. '차별적 처우'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차별로 보지 않습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연령차별의 금지):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임금 등을 차등 지급하여서는 안 됩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연령차별금지의 예외):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보지 않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정년 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가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한다고 보아, 연령 차별 금지의 예외 사유로 인정했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동일 가치 노동'은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학력, 경력, 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의 동일인이 제공한 노동이라도 반드시 동일 가치 노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이라는 근로환경 변화 속에서 도입되었으므로, 동일 가치 노동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는 것으로 충분하며, 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았거나 임금피크제에 반대하는 개별 근로자들의 동의까지 별도로 받을 의무는 없습니다. 개별 근로계약에서 임금 등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해진 내용이 근로자에게 적용됩니다. 정년 연장을 목적으로 하는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하여,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 차별의 예외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합리성은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 조치의 적정성, 절감 재원이 본래 목적에 사용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정년 연장 그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한 중요한 보상이 될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별도 직무 부여, 역할급 지급, 교육 지원 등이 있다면 합리성을 더욱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은 근로 제공 시기나 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하므로,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의 동일인이 제공한 노동이라고 해서 무조건 같은 가치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경영 실적이나 노동 환경 변화에 따라 임금이 변동되는 것이 모두 이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