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원고인 제약회사 A는 식약처로부터 수출용 보툴리눔 제제 B(이하 이 사건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아 직접수출 방식과 국내 수출업체를 통한 간접수출 방식으로 의약품을 판매했습니다. 식약처 산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원고가 약사법을 위반하여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이 사건 의약품을 국내에 판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피고인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2022년 11월 1일 원고에게 특정 제조번호 의약품의 회수 및 폐기 명령과 함께 행정처분일까지 이 사건 의약품의 제조를 잠정 중지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식약처로부터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보툴리눔 제제(이 사건 의약품)를 직접 해외 거래처에 수출하는 방식 외에, 국내 수출업자에게 공급하여 해당 수출업자가 해외에 판매하는 '간접수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2020년 6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16개 수출업체에 총 79회, 405,952개, 47억 원 상당의 의약품을 공급했습니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원고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이 사건 의약품을 국내에 '판매'하여 약사법 제31조 제2항 및 제53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의약품의 회수·폐기 명령과 잠정 제조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간접수출은 약사법상 판매가 아니며 국가출하승인 대상도 아니므로 처분 사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설령 처분 사유가 있더라도 이는 재량권 일탈·남용 및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각 처분의 취소를 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가 국내 수출업체에 이 사건 의약품을 양도한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하는 의약품 '판매'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로 인한 피고의 회수·폐기 명령 및 제조중지 명령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거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간접수출 방식의 의약품 양도가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하여 국가출하승인이 필요한지, 이에 대한 과거 행정기관의 견해 표명이 신뢰보호 원칙을 적용할 만큼 공적인지 등이 주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2022년 11월 1일 원고에게 내린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한 잠정 제조중지 명령은 취소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회수·폐기 명령 취소)는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70%, 피고가 30%를 부담합니다. 또한, 잠정 제조중지 명령의 효력을 항소심 판결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제약회사가 국내 수출업체에 수출용 의약품을 판매하는 '간접수출' 방식이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한다고 보아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약사법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에 근거한 회수·폐기 명령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조중지 명령에 대해서는 회수·폐기 명령만으로도 공익 목적 달성이 가능하며, 행정기관이 오랜 기간 간접수출 관행에 대해 명확한 지침 없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제재로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주장은 행정기관의 과거 견해 표명이 간접수출의 경우까지 포괄하는 공적인 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은 '약사법'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입니다. 핵심은 약사법상 '판매'와 '수출' 개념의 해석입니다. 약사법 제53조 제1항은 의약품의 국가출하승인에 대해 규정하고, 약사법 제31조 제2항은 국내 제조품목허가 없이 국내 판매를 금지합니다. 법원은 약사법상 '판매'를 '국내에서 대가를 받고 상품을 남에게 넘기는 행위'로 보았으며, '수출'은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특히 간접수출 방식은 의약품 제조업자에서 국내 수출업자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국내 거래이므로 '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의약품의 국내 유통 위험성을 고려한 약사법의 입법 목적(국민보건 향상)에 따른 해석입니다. 또한,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18조 제1항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장(식약처장)으로부터 회수·폐기 명령 등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피고)의 처분 권한이 명시됩니다. 행정법의 일반 원칙인 '신뢰보호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도 적용되었습니다. 신뢰보호 원칙은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될 때 보호하는 원칙으로, 이 사건에서는 행정청의 과거 해설서나 회신이 간접수출에 대한 명확한 공적 견해 표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비례의 원칙은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적절하고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공익과 사익 간에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회수·폐기 명령은 공익 목적 달성에 적절하고 비례적이라고 보았지만, 제조중지 명령은 과도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약품 제조업체가 수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이라도 국내 수출업자를 통해 공급(간접수출)하는 경우, 해당 의약품의 국내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약사법상 '판매'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사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할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거 행정기관의 일반적인 안내나 유권해석이 특정 거래 형태(예: 간접수출)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면, 이를 근거로 법규 위반에 대한 신뢰보호 원칙을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 위반으로 인한 행정처분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오랜 기간 묵인되어 온 업계 관행에 대한 제재의 경우, 회수·폐기와 같은 직접적인 위험 제거 조치는 적법하더라도, 제조 중지와 같이 사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치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의약품 유통 방식이 '수출' 또는 '판매' 중 어느 법적 범주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규제 준수 의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