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배송기사 과로 주장 교통사고 손해배상 사건

가구물류업체 배송기사 A씨는 2020년 4월 15일 배송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차량 추돌 및 전복 사고를 당해 사지마비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경찰과 보험사의 조사 결과 A씨의 100% 과실로 판정되었으나, A씨는 사장인 B씨가 장시간 근로와 부적절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여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이로 인해 과로와 수면 부족이 누적되어 사고가 발생했다며 1억 9,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B씨는 근로계약서상 '회사 밖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해당 약정이 불분명하여 부제소합의로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근무 시간이 과도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고, 사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을 고려할 때 B씨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가구물류업체 'D'의 비정규직 배송기사로 일하다 교통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
• 피고 B: 경북 경산시에서 'D'라는 상호로 가구물류업을 운영하는 사업주

분쟁 상황

원고 A씨는 피고 B씨가 운영하는 가구물류업체에서 배송기사로 일하던 중,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마비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는 원고의 100% 과실로 판명되었으나, 원고는 피고가 장시간 근로, 휴게시간 미제공, 안전교육 미실시 등으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고, 이로 인한 과로와 수면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근로계약서상의 '회사 밖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정을 근거로 원고의 소송 제기가 부적법하며, 자신에게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회사와 근로자 간의 '회사 밖 사고 책임 없음' 약정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합의(부제소합의)로서 유효한지 여부와 사업주인 피고에게 근로자의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위반 책임이 있는지 여부 및 그 인과관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먼저 근로계약서상의 '회사 밖 사고 책임 없음' 약정은 재판청구권 포기와 같은 중대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부제소합의의 취지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피고(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원고의 하루 근무 시간이 11시간이었고, 사고 당일 업무가 특별히 과중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며, 사고 발생 시각이 일몰 전이었고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통해 휴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의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이 적용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조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의무를 의미합니다.
2. 부제소합의의 법리: 부제소합의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포기하는 중대한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이러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인정되려면 그 합의의 존재 및 내용이 명확해야 하며, 불분명할 경우 가급적 합의의 존재를 부정하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해석합니다. 또한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근로계약서상의 '회사 밖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정이 그 문언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분쟁에 대해 책임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고, 재판청구권을 미리 일률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효라고 판단되었습니다.
3.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판단 기준 및 인과관계: 사용자가 근로자의 신체상 재해에 대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해당 근로로 인해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사용자의 과실과 재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이는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측(원고)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장시간 근로 및 휴식 부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고 당일 업무 강도, 휴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근로계약서 약정의 법적 효력 검토: 근로계약서에 '회사 밖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와 같이 회사의 책임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더라도, 그 문언이 불분명하거나 재판청구권을 미리 일률적으로 포기하는 합의로 해석될 경우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불분명한 사항은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입증의 중요성: 근로자가 업무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용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과실과 그 과실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는 상당한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장시간 근로나 휴식 부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며, 사고 당시의 구체적인 업무 강도, 건강 상태, 회사의 안전 관리 실태 등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3. 교통사고 본인 과실과 사용자 책임: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본인의 과실이 명확히 인정될 경우,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운전자의 과실과 별개로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운전자 본인의 과실이 100%로 판명된 경우 사용자 책임을 인정받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4. 근무 기록 및 증거 자료 확보: 실제 근무 시간, 휴게 시간, 업무량, 안전 교육 실시 여부 등에 대한 출퇴근 기록, 업무 일지, 동료 증언, 병원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평소에 잘 관리하고 확보해 두는 것이 분쟁 발생 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유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