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작업 중 협착 사고 이후 약물 중독 사망 관련 손해배상 판결

2015년 작업 중 기계에 손이 끼이는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게 된 근로자가 약 2년 후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자, 그의 가족과 국민연금공단이 고용주와 다른 관련 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고용주에게 안전 관리 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했지만, 사망자 본인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고용주의 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다른 회사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망 A의 가족 (소송수계인 B): 기계 협착 사고로 부상을 입고 사망한 근로자 A의 상속인으로, A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승계하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 국민연금공단: 사망한 근로자 A의 가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고, 고용주에게 해당 금액을 구상하기 위해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 기계 제작 및 설치업체 사장 E (상호 'F'): 근로자 A의 직접적인 고용주로, A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안전 관리 의무를 부담하는 자입니다.
• C 주식회사: 피고 D의 공작기계 외주용역업체인 N회사를 감독했던 회사였으나, 법원은 C 주식회사가 D의 사용자나 사실상의 지휘·감독자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책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 D: C 주식회사의 외주용역업체인 N회사로부터 설비 진행 관리 업무를 도급받아 일했던 자로, 사고 당시 망인을 돕기 위해 기계 조작에 관여했으나, 법원은 그의 행동을 긴급피난으로 보아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분쟁 상황

2015년 9월 25일, 기계 제작 및 운송·설치업체인 'F'의 근로자 A는 창원시에 위치한 'L' 주식회사 사업장에서 'M 렉슬 조립라인' 설치 및 시운전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백래쉬(back lash) 측정기 회전 콜렉트에 슬립이 발생하자 이를 조정하기 위해 왼손을 기계 하부에 넣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압 유닛이 하강하여 왼손이 약 5분간 협착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A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제1형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사고 2년 뒤인 2017년 9월 15일, A는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사망했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항우울제 노르트립틸린의 급성 중독과 진통제 옥시콘틴 병용으로 인한 부작용(호흡 및 중추신경계 억제)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에 A의 가족과 유족연금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은 A의 고용주 E와 다른 관련 회사들(C 주식회사, D)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이 사건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피고 D은 사고 당시 망인을 돕기 위해 기계를 조작했으나 오히려 추가적인 눌림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용주의 안전 관리 의무 위반 여부: 근로자 A의 고용주인 E가 작업 지시 및 안전 교육, 부상자 작업 투입, 2인 1조 작업 미준수 등 안전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입니다.
2. 사고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 2015년 기계 협착 사고로 인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 2017년 약물 중독 사망의 원인이 되었는지, 즉 사고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3. 피고 D 및 C 주식회사의 책임 여부: 사고 당시 망인을 돕기 위해 기계를 조작한 D의 행위가 긴급피난으로 인정되어 불법행위 책임이 조각되는지, 그리고 D의 사용자라고 주장된 C 주식회사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4.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및 과실상계: 고용주 E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사망자 본인의 과실(안전조치 미흡, 복약 지침 위반)을 고려하여 고용주의 손해배상 책임이 어느 정도로 제한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E (고용주)의 책임 인정: 피고 E는 근로자 A의 고용주로서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 발생의 책임이 있으며, 이 사고가 근로자의 사망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습니다.
   • 원고 B (망 A의 가족)에게: 114,479,448원 및 이에 대한 2017년 9월 15일부터 2021년 10월 19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12%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 원고 국민연금공단에게: 7,359,530원 및 이에 대한 2021년 9월 8일부터 2021년 10월 19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12%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2. 피고 C 주식회사 및 D에 대한 청구 기각: 피고 D의 기계 조작은 긴급피난으로 위법성이 조각되고, 피고 C 주식회사가 D의 사용자라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3. 책임 제한: 근로자 A에게도 작업 시 안전조치 미흡과 복약 지침 위반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 E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4. 소송비용: 원고 B과 피고 E 사이 소송비용은 원고 B이 40%, 피고 E가 나머지 60%를 부담하고, 국민연금공단과 피고 E 사이 소송비용은 피고 E가 모두 부담하며, 원고들과 피고 C ㈜, D 사이 소송비용은 각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고용주가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근로자 본인에게도 자신의 안전과 치료 과정에서의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여 양측의 과실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상해 사고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더라도 상해로 인한 고통과 치료 과정이 사망에 이르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률과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고용주 E의 안전 관리 의무 위반이 불법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2. 고용주의 보호의무 (사용자 책임 원칙)​: 판례는 고용주(사용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봅니다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고용주 E는 안전 교육 미흡, 부상자 작업 투입, 2인 1조 작업 미준수 등으로 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민법 제763조 (손해배상액의 산정)​ 및 민법 제393조 (손해배상의 범위)​: 손해배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손해를 그 한도로 합니다. 다만,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고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사망으로 인한 손해까지 배상 범위에 포함했습니다.
4.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C 주식회사가 피고 D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보아 책임이 부정되었습니다.
5. 민법 제757조 (긴급피난)​: 타인의 법익을 보전하기 위하여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D의 행위는 긴급피난으로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었습니다.
6. 민법 제763조 (준용)​ 및 민법 제396조 (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을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의 안전조치 미흡 및 복약 지침 위반이 과실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액이 50% 감액되었습니다.
7.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3자에 대한 구상권)​: 국민연금공단은 수급권자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해 연금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경우, 그 급여액의 범위 내에서 수급권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취득합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이 고용주 E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8.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법정 이율)​: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지연손해금률은 연 12%로 합니다. 다만, 민사소송법 제251조에 따른 소 또는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 등에는 민법상 이율(연 5%)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판결 선고일 전후로 다른 이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사고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작업 전 안전 조치 철저: 기계를 정비하거나 수리할 때는 반드시 전원을 차단하고, 잠금장치(Lock-Out/Tag-Out)를 사용하여 기계가 예기치 않게 작동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협착 위험이 있는 기계 작업 시에는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2. 고용주의 안전 관리 의무 확인: 사업주는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는 2인 1조 작업 지시 등 적절한 안전 조치를 마련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사업주가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가 발생했다면, 근로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3. 부상자에 대한 작업 지시 신중: 이미 부상을 입어 신체적 제약이 있는 근로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는 것은 고용주의 중대한 과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용주는 근로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작업 배치를 결정해야 합니다.
4. 사고와 후유증 및 사망 간의 인과관계 입증 중요: 작업 중 사고로 인한 상해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더라도, 상해로 인한 고통(이 사건의 CRPS)과 그 치료 과정(약물 복용)이 사망에 이르는 상당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의무 기록, 전문가 소견 등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의약품 복용 지침 준수: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약물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와 복약 지침을 철저히 따라야 합니다. 임의로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물과 병용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본인의 과실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액 산정 시 감액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6. 사고 발생 시 주변인의 역할: 사고 발생 시 주변에서 돕는 과정에서 피해를 확대시키거나 본인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기계 조작 방법을 모른다면 섣불리 기계를 조작하기보다는 전문가를 부르거나 비상 정지 버튼을 누르는 등 안전한 방법으로 조치해야 합니다. 다만, 본 사건에서처럼 긴급피난 상황이 인정되면 책임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