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자동차보험 계약자인 원고의 아들이 무면허로 원고 소유 차량을 운전하다 사망 사고를 냈습니다. 원고는 피해자 유족과 1억 1천만 원에 합의한 후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사는 무면허운전 면책 약관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또한 합의금 전액이 아닌 약관상 지급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아들의 무면허 운전이 원고의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험사의 면책 주장을 기각했으나, 보험금 지급액은 보험약관의 기준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보험사는 원고에게 약 6,821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에 대해 피고 B 주식회사와 자동차종합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의 아들 C은 1994년 1월 23일 새벽, 운전면허 없이 원고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E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하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당시 C은 원고가 출장으로 부재중인 틈을 타 원고가 보관하던 차량 예비 열쇠를 찾아 몰래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망인 E는 무직자였고, 사실혼 관계 배우자와 두 아들을 유족으로 두었습니다. 원고는 사고 후 미성년자 아들들의 법정대리인인 사실혼 배우자와 손해배상금 1억 1천만 원에 합의하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무면허운전 면책 약관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또한 합의금 전액이 아닌 약관상 지급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보험계약자의 아들이 무면허 운전을 한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무면허운전 면책 약관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진 경우에만 적용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둘째, 피보험자가 피해자와 합의하여 손해배상액을 결정한 경우, 보험회사가 지급할 보험금의 범위가 피해자와 합의한 금액인지, 아니면 보험 약관에 정해진 지급 기준에 따라야 하는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보험사의 무면허운전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의 아들이 무면허 운전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원고의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액은 피해자와의 합의 금액(1억 1천만 원)이 아니라, 개인용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에 명시된 지급 기준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피고 보험사가 원고에게 68,211,44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무면허운전 면책 약관의 적용과 관련하여,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 하에 무면허 운전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보험사가 면책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아들이 원고 몰래 예비 열쇠를 찾아 운전했으므로, 원고의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보험사의 면책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한편 보험금 지급 기준에 대해서는, 비록 약관상 지급액이 법원의 판결에 의한 손해배상액보다 적을 수 있지만, 보험계약자와 보험사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원 판결에 따르도록 되어 있으므로, 약관 조항이 신의칙에 위반되거나 피보험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보험금은 약관에 명시된 지급 기준에 따라 산정되었고, 일실수익, 장례비, 위자료 등을 합산한 금액인 68,211,448원을 지급하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는 여러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유사한 사고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차량 소유자나 보험계약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차량을 운전할 때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보험 면책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본인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 없이 무면허 운전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보험사의 면책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묵시적 승인 여부는 평소 운전자의 운전에 대한 태도, 보험계약자와 운전자의 관계, 차량 관리 상황, 운전 경위와 목적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둘째, 교통사고 피해자와 합의할 때에는 반드시 보험사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야 합니다. 피해자와 합의한 손해배상액이 보험 약관에 정해진 보험금 지급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험사는 약관상의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만 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보험사와 합의가 원활하지 않다면, 무턱대고 피해자와 합의하기보다는 먼저 약관 기준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고,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사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고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험 가입 시 약관의 면책 조항 및 보험금 지급 기준을 꼼꼼히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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