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중 동료 살해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 판결

D 주식회사에 근무하던 망인 C가 야간 근무 후 퇴근하던 중 직장 동료 G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아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대구지방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지만, 피고(근로복지공단)가 항소하여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특히 타인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퇴근 중 살해당한 근로자 C의 부모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한 사람들입니다.
• 피고 근로복지공단: 근로자 C의 사망에 대해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한 기관입니다.
• 망인 C: D 주식회사에서 물류관리 업무를 하던 근로자로, 야간 근무 후 퇴근길에 직장 동료 G에게 살해당했습니다.
• G: 망인 C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장 동료이자, 망인 C를 살해하여 징역 22년형이 확정된 사람입니다.

분쟁 상황

망인 C는 2016년 8월 29일 D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했습니다. 2017년 6월 14일 새벽 3시 30분경 근무를 마치고 통근버스에서 하차한 뒤 집으로 도보 이동 중, 과거 연인 관계였던 직장 동료 G을 만났습니다. G은 미리 식칼을 준비한 채 망인을 기다렸고, 망인을 인근 공원으로 데려가 약 1시간가량 대화하던 중 식칼로 망인의 복부를 3회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망인의 부모는 망인의 사망이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망인 C의 사망이 2017년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의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 개정으로 출퇴근 재해의 인정 범위가 확대되었고, 이 사건 사고에 대한 해당 법률 조항의 소급적용 여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둘째, 설령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더라도, 타인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사고 발생 경위, 시간,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대구고등법원)은 2021년 9월 17일,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론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첫 번째 처분 사유(구 산재보험법 적용 주장)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처분 사유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없음'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망인 C와 가해자 G의 관계가 과거 연인 관계로 인한 사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폭력이며, 사고가 통상적인 퇴근 경로를 이탈한 외딴 공원에서 약 1시간 이상 머무른 후 발생했으므로 출퇴근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직장 내 인간관계나 직무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거부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업무상의 재해 정의)​: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합니다. 이는 재해와 업무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 즉 '업무기인성'이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합니다.
2.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출퇴근 재해)​: 이 조항은 2017년 개정을 통해 신설되었으며,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사업주가 제공한 통근버스에서 내린 후 도보로 주거지로 이동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이 조항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다만, 해당 부칙 조항은 2016년 9월 29일 이후 발생한 재해부터 소급 적용되도록 개정되어, 이 사건 사고(2017년 6월 14일)에도 새로운 출퇴근 재해 규정이 적용될 수 있었습니다.
3.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 원칙: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에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특히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해 재해를 입은 경우, 그것이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로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업무상 재해로 봅니다. 반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사적인 관계에 기인한 경우나 피해자가 직무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한 경우에는 업무기인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4. '통상의 출퇴근' 중단 또는 일탈: 출퇴근 재해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에 발생해야 합니다. 만약 개인적인 용무 등으로 출퇴근 경로를 벗어나거나, 통상적인 이동 시간을 초과하여 장시간 머무는 등 출퇴근 행위가 중단 또는 일탈되었다고 판단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5. 형사판결의 증거력: 행정재판에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행정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살인 사건의 확정된 형사판결 내용이 가해자의 범행 동기를 사적인 감정으로 인정한 부분이 업무상 재해 여부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6. 처분사유 중 일부 위법 시 처분 전체의 적법성: 여러 처분사유에 기초하여 하나의 행정처분을 했을 때, 그중 일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처분사유들만으로도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면 해당 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할 수 없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출퇴근 재해 인정 기준: 2017년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통상의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통상의 경로와 방법'을 벗어난 개인적인 용무나 활동으로 인한 사고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처럼 퇴근 경로에서 벗어난 장소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면 '통상적인 출퇴근'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타인 폭력에 의한 재해: 직장 동료나 제3자의 폭력으로 인한 재해의 경우, 그 폭력이 직장 내 인간관계나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사적인 감정이나 관계로 인해 발생한 폭력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같은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는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3. 상당인과관계의 증명: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으려면 사고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경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사고 장소 및 시간, 업무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형사판결의 영향: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는 행정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형사판결에서 범행 동기가 사적인 감정으로 밝혀진 경우,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