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고인이 퇴사 후 우울증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한 사례입니다. 고인은 회사에서 24년 넘게 근무하다 퇴사한 지 약 두 달 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족은 고인이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았고 이로 인해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고인의 사망 직전 상황, 우울증 경과, 퇴사 후의 경제적 문제와 가정불화 등 개인적인 요인이 자살의 주된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업무 스트레스가 자살을 야기할 정도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고인은 1994년 D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2021년 2월 25일 퇴사했습니다. 퇴사한 지 약 두 달 후인 2021년 5월 4일 무안군 변전소 철탑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으며, 사망 시간은 2021년 5월 3일 오후 5시로 추정됩니다.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 A는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이 3년가량 우울증을 앓았고 약물치료에 소극적이었으며, 퇴사 후 가족과의 불화 및 이사 거부 등 개인적인 요인이 자해행위에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판단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고인이 마킹 업무의 과중함과 중압감, 동료들과의 원활하지 않은 소통 등으로 우울장애, 공황장애, 불면증을 앓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처분의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고인이 퇴사 후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고인의 자살이 심각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 때문에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의학적, 자연과학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규범적인 관점에서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입니다. 이 법령은 근로자의 자해 행위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자살은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어렵지만, 단서 조항에 따라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인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를 판단할 때,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적용합니다.
이 판결에서는 고인의 업무 환경이 특별히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았고, 퇴사 후 개인적인 문제와 가정불화가 자살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업무 스트레스의 강도와 지속 시간, 근로자의 건강 상태,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자살의 경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회 평균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였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개인적인 문제(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기존 질환의 치료 소극성 등)가 자살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될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업무 변경이 근로자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업무가 기존보다 쉬운 경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진료 기록에 기재된 '회사일이 힘들다'는 등의 단편적인 진술만으로는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학적 감정 결과 또한 업무와 정신질환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면 업무상 재해 인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를 주장할 때는 업무 스트레스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정신 질환을 유발했는지, 그리고 그 정신 질환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현저히 저하시켜 자살에 이르게 했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