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피고 병원에서 약 37년간 근무한 원고는 공식 회계 시스템을 벗어나 임의 계정을 생성하여 약 9년간 1억 7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관리하며 특정 환자들의 진료비 등으로 사용했습니다. 병원의 감사 결과 이러한 행위가 회계 질서 문란, 권한 외 업무 수행 등의 규정 위반으로 적발되어 원고는 해고되었습니다. 원고는 해고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병원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 A는 1981년부터 B병원에 근무하며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원무통', '원입원', '원무입' 등의 임의 계정을 만들어 후원금이나 진료비 환불금 등 총 177,340,700원의 보관금을 관리했습니다. 이 자금은 주로 원고가 관리하는 무연고 환자나 외국인 환자들의 진료비로 임의 사용(대체)되었습니다. 2018년 병원 상임감사는 이러한 행위가 회계 질서 문란, 현금영수증 부정 발급, 권한 외 업무 수행,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적발했습니다. 감사 결과에 따라 병원은 원고를 업무상횡령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징계위원회를 개최했습니다. 2018년 11월 7일 특별징계위원회는 원고에 대해 해임 결의를 하고, 11월 13일 원고를 해고했습니다. 원고는 해고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습니다. 한편, 원고에 대한 업무상횡령 혐의 등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고 병원에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2019년 4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이에 대한 항고도 기각되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근거로 해고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징계 양정이 과도하여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병원의 공식 회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 계정을 통해 자금을 관리하고 사용한 직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회계 질서 문란 등의 징계 사유가 유효한지, 그리고 해고라는 징계 양정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 병원의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임의 계정을 생성하여 장기간, 상당한 금액의 보관금을 비공식적으로 관리·사용한 것은 회계 질서 문란, 권한 외 업무 수행,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등 성실의무를 위반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비록 업무상횡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더라도 형사 처벌과 조직 내부의 징계는 목적과 성질이 다르므로 징계 사유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의 행위가 공금 유용에 해당하며, 병원에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었고, 현금영수증 부정 발급 등 다른 위반 사항도 있었음을 고려할 때, 37년간 성실 근무 경력이나 선한 의도가 있었다는 사정에도 불구하고 해고가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정당성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징계권자의 재량권 및 그 한계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사용자(병원)가 징계 사유가 있어 징계 처분을 하는 경우, 어떤 처분을 할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다만, 징계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위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징계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는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의 목적, 징계 양정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한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2. 형사상 불기소 처분과 징계 사유의 독립성 법원은 업무상횡령 피의사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형사처벌과 조직 구성원의 내부 규율 및 질서 위반에 대한 제재인 징계는 그 목적과 성질이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형사상 무혐의를 받았더라도 원고가 임의로 보관금을 관리·운영하여 회계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등 성실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별개의 징계 사유에 해당합니다.
3. 회계 질서 문란 및 성실의무 위반 병원의 인사규정 및 복무규정에는 직원들이 성실하게 업무에 임해야 할 의무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원고가 공식 계정이 아닌 임의 계정을 생성하여 약 9년간 1억 7천만원이 넘는 병원 자금을 비공식적으로 관리하고 특정 환자들의 진료비로 사용한 행위는 병원의 회계 질서를 심각하게 문란하게 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비록 개인적인 이득을 취할 의도가 없었고 선한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병원의 자금 관리 감독을 불가능하게 하여 직무 수행의 적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성실의무 위반으로 판단되었습니다.
4. 공금 유용 법원은 병원의 운영을 위해 공식적으로 관리·사용되어야 하는 보관금을 원고가 특정 환자들을 위하여 사사로이 돌려쓴 것은 '공금의 유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병원의 인사규정 제72조 제1항 단서에 따르면 공금의 횡령 및 유용에 대해서는 징계를 감경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병원이 이를 적용하여 해고 처분을 한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5. 권한 외 업무 수행 및 행동 강령 위반 원고가 입·퇴원팀장으로서 원무팀의 보관금 수납 및 환불 업무를 수행한 것은 자신의 권한을 넘는 업무 행위로 평가되었으며,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원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것은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에 해당하여 복합적인 징계 사유로 작용했습니다.
회사의 회계 규정 및 절차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공식적인 승인 없이 임의로 계정을 만들거나 자금을 관리하는 행위는 회사 내부 규율 위반에 해당하며 중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형사상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법상의 불법영득의사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회사 내부 규정 위반으로 인한 징계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금액의 공금을 임의로 관리하거나 사용한 경우, 설령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선한 목적이었다 할지라도 중대한 징계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업무 분장에 명시되지 않은 권한 외의 업무를 수행하거나, 회사 행동 강령을 위반하여 후원금 등을 신고하지 않는 등의 행위는 각각 독립적인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여러 위반이 복합되면 징계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징계 양정의 적정성 판단은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의 목적, 징계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므로, 과거의 근무 태도나 표창 경력이 있다고 해도 중대한 비위 행위가 있다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