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피고 회사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던 원고가 작업 중 심정지로 쓰러져 뇌 손상 등의 후유장해를 입고, 회사 측이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으나, 법원은 피고 회사가 사고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3년 7월 15일 09:00경 피고 회사의 작업장에서 자동용접기 사이에서 심정지로 쓰러졌습니다. 병원 이송 후 심장은 소생되었으나, 심정지로 인한 심실세동, 저산소증으로 인한 기질적 뇌증후군, 기질성 정신장애 등의 후유장해 진단을 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원고에게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를 지급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 회사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소극적 손해 239,214,729원, 적극적 손해 7,829,500원, 위자료 50,000,000원 등 총 297,054,229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의 근무시간이 과도하지 않았고, 원고가 건강했으며 회사에 건강상 문제를 알리지 않았으므로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기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피고 회사가 근로자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해 원고의 심정지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사고 직전 주당 평균 58시간 30분의 장시간 근로와 90dB을 초과하는 소음 환경에서 주·야간 교대근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대 초반에 심장질환 전력이 없던 건강한 원고에게 심정지가 발생할 것을 피고 회사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원고가 사고 이전 자신의 신체적 문제에 대해 회사에 알렸다는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회사에 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고, 소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 인정 여부입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조항은 누군가의 고의나 과실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피고 회사에 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사용자의 보호의무: 판례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작업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고용주가 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과실 인정 요건 및 입증책임: 사용자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해당 근로로 인해 근로자의 신체적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즉, 근로자가 회사가 과실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는 원고가 주당 평균 58시간 30분의 장시간 근로와 90dB을 초과하는 소음 환경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20대 초반의 건강한 사람이었고 심장질환 전력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사고 이전에 원고가 회사에 자신의 신체적 문제에 관해 알렸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심정지가 발생할 것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과실 인정 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사용자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상 재해는 재해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과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 과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업무로 인해 신체적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가 평소 건강했으며 기저질환이 없거나 젊은 나이인 경우, 사용자가 갑작스러운 재해 발생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로자는 업무와 관련하여 신체적 이상 징후나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사용자에게 명확히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요청하는 등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추후 법적 분쟁 시 사용자의 과실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장시간 근로, 소음 등 열악한 작업 환경이 있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사용자의 과실이 자동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상황과 사용자의 예견 가능성 및 회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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