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청구인은 남편의 사망 후 남편이 사망 전 2년 이내에 은행 계좌에서 인출한 8억 4천여만 원의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세무서로부터 상속세를 부과받았습니다. 청구인은 이 금액이 타인에게 주식 관리 위탁금으로 반환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해당 상속세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청구인의 남편은 1993년 3월 사망하기 전 약 6개월간 현대증권 계좌에서 8억 4천9백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사망 후 이 인출금의 용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자, 세무서는 이를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여 청구인에게 4억 9천3백만 원의 상속세를 부과했습니다. 청구인은 남편이 안○묵 씨로부터 주식 관리를 위탁받아 운용하다가 그 돈을 반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상속세법 제7조의2 제1항이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평등주의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1억 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고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 이를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하도록 한 구 상속세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해당 조항을 '추정규정'(반대 증거로 뒤집을 수 있는 규정)으로 볼 것인지 '간주규정'(반대 증거가 있더라도 무조건 인정하는 규정)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재산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구 상속세법 제7조의2 제1항 중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아니한 것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추정규정이 아닌 간주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즉, 반대 증거를 제시할 기회를 막는 간주규정으로 해석하면 위헌이며, 상속인이 용도를 입증할 기회가 있는 추정규정으로 해석해야 합헌이라는 취지입니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 재산을 처분한 내역이 불분명할 경우, 그 금액을 상속재산으로 '추정'하여 상속세를 부과할 수는 있지만, 상속인이 해당 금액이 상속인에게 상속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증명 기회를 박탈하는 '간주' 규정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입니다.
이 사건은 구 상속세법 제7조의2 제1항을 중심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이 조항은 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1억 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고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 이를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하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법리적 쟁점은 이 조항이 '추정규정'인지 '간주규정'인지였습니다. '추정규정'은 어떤 사실이 발생했다고 일단 가정하지만,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되면 그 가정을 뒤집을 수 있는 규정입니다. 반면, '간주규정'은 반대되는 증거가 있더라도 법이 정한 특정 사실을 무조건 사실로 인정하는 규정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법 조항을 간주규정으로 해석할 경우, 상속인이 실제 상속받지 않았음을 증명할 기회를 박탈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평등권), 제23조 제1항(재산권 보장), 제27조 제1항(재판청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납세의무자에게 과도한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치우쳐 과세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추정규정으로 해석한다면, 상속인은 소송 과정에서 그 돈이 상속되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으므로, 억울한 세금 부과를 피할 수 있어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의 원칙, 그리고 재산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세금 징수의 효율성이라는 공익과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즉, 세금을 회피하려는 행위를 막기 위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그 방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고액의 재산을 보유한 가족 구성원, 특히 나이가 많은 분들이 사망하기 전 2년 이내에 1억 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큰 규모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그 용도를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증빙할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판결은 용도가 불분명할 경우 일단 상속재산으로 '추정'되어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따라서, 만약 가족 중 한 분이 거액을 인출하거나 처분한다면,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누가 받았는지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영수증, 계약서, 통장 거래 내역, 증인 등 명확한 증거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속인들이 상속받지도 않은 금액에 대해 상속세를 내야 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