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A 주식회사가 B 주식회사를 상대로 B의 정관 조항(적대적 기업 인수에 대한 초다수결의제)의 효력을 정지하고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A는 해당 정관 조항이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에 위배되며 이사회가 임의로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주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상법상 초다수결의제 허용 여부와 적대적 기업 인수 방어 수단에 대한 법리가 확립되지 않았고, 정관의 자치규범적 성격을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가처분으로 인해 발생할 경영권 변동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A의 주장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주위적 및 예비적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B 주식회사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로 긴급 자금 조달을 위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B의 전 대표이사 E이 이사회 결의 없이 신주 배정 대상자를 기존에 정해졌던 C 주식회사에서 A 주식회사로 변경했고 A는 신주 인수로 B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이후 A는 B의 이사 전원 해임, 정관 변경, 신규 이사 선임 등을 목적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습니다. B 이사회는 A가 제안한 안건을 '적대적 기업 인수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B 정관 제27조 제2항에 따라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A의 주주총회 안건이 부결되자 A는 해당 정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가중된 의결정족수 적용을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상법상 초다수결의제를 규정한 정관 조항의 유효성 여부 및 이사회의 적대적 기업 인수 판단 권한의 정당성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정관으로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상법보다 가중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그리고 이사회가 특정 안건을 '적대적 기업 인수' 관련으로 판단하여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적용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의 주위적 신청(정관 조항 효력 정지)과 예비적 신청(가중된 의결정족수 적용 금지)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채권자인 A 주식회사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B 주식회사의 정관 조항(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에 대한 법리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현재 단계에서 해당 조항이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가처분 신청으로 정관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경영권 변동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고도의 보전의 필요성이 요구되지만 A 주식회사가 이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비적 신청에 대해서도 이사회 결의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없고 A 주식회사의 경영권 확보 시도와 신주 발행 경위를 종합할 때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식회사의 정관상 '초다수결의제'와 경영권 방어 수단의 한계에 대한 법적 쟁점을 다룹니다.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법 제434조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이 조항은 정관 변경, 이사 해임 등 회사의 중요 사항에 대해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결의 요건을 규정합니다. A 주식회사는 B의 정관 제27조 제2항이 이보다 더 가중된 요건을 요구하여 이 강행규정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상법이 정관으로 결의 요건을 가중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으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상 허용될 여지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고 보았습니다.
상법 제368조 제1항 (주주총회의 보통결의): 주주총회 결의는 법령이나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수의 주식을 가진 주주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일반적인 결의 요건을 정하는 것으로, 특별결의와 초다수결의제는 이보다 높은 요건을 요구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문언에 비추어 결의 요건의 가중이 반드시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법 제376조 (결의취소의 소): 주주총회의 소집절차나 결의방법 또는 그 내용이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히 불공정한 때에는 주주는 결의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그 결의의 취소를 소로써 청구할 수 있습니다. A는 이사회가 자의적으로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적용한 것이 이 결의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예비적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이사회 결의에 절차적 하자가 없고 A의 경영권 확보 시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결의가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법 제418조 제4항 (주주 외의 자에 대한 신주 발행):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경우 이사는 신주 배정일 2주 전까지 주주들에게 신주 발행의 내용을 통지하거나 공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B의 전 대표이사 E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신주 발행 대상을 A로 변경하여 주주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이는 신주 발행 절차상의 위법 소지로 지적되었습니다. 법원은 A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이러한 절차적 하자를 언급했습니다.
이 판결은 정관상 초다수결의제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 갖는 유효성과 그 한계에 대한 명확한 법리적 판단을 유보하면서 가처분이라는 임시적인 조치로는 경영권 변동과 같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사례입니다. 또한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과 주주총회 결의 요건의 합리성에 대한 복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졌습니다.
회사의 정관에 상법상 일반적인 결의 요건보다 더 엄격한 '초다수결의제'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해당 조항의 유효성은 개별 회사의 상황과 정관 도입 경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항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법원은 정관의 자치규범적 성격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정관 조항의 유효성 또는 특정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적용 여부를 다투고자 할 때는 해당 정관 조항의 도입 취지와 경위 그리고 그로 인한 회사 및 주주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특히 가처분과 같이 긴급하게 법적 효력을 다투는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사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 신주 발행 절차의 준수 여부 그리고 주주의 경영권 확보 시도가 '적대적 기업 인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절차를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