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명의 빌려 불법 운영된 약국에 대한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 사건

약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의 명의를 빌려 약국을 불법으로 개설, 운영하며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사건입니다. 경찰 수사 결과 약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법 약국 운영자들에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법 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A와 명의를 빌려준 약사 B는 공단의 환수 처분이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환수 처분 중 일부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어 각하하고, 공단이 추후 감액한 부분에 해당하는 환수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본인부담금 포함 환수 처분이나 전액 환수 처분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약사 자격 없이 약국을 실질적으로 개설하고 운영한 사람으로, 이른바 '사무장'에 해당합니다.
• 원고 B: 약사로서 자신의 면허를 원고 A에게 빌려주어 약국 개설 명의자가 된 사람입니다.
•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을 운영하며 요양기관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고 부당이득 발생 시 이를 징수하는 비영리 특수공법인입니다.

분쟁 상황

2012년 5월 10일부터 2014년 12월 2일까지 약사 자격이 없는 원고 A는 약사 면허를 가진 원고 B의 명의를 빌려 제주시 C에서 'D약국'이라는 상호의 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이들은 마치 적법한 약국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약 5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받았습니다. 2014년 12월 21일 제주특별자치도지방경찰청으로부터 약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 수사결과를 통보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6월 8일 원고들에게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을 내리고, 2015년 7월 13일(원고 A)과 2015년 7월 17일(원고 B)에 각각 환수 통보를 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관련 형사 사건에서 약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원고 A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원고 B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되자, 2022년 6월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환수 처분의 무효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진행 중 공단은 2021년 1월 제정된 '불법개설 요양기관 환수결정액 감액·조정 업무처리지침'을 적용하여, 원고 B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 취소 처분을 당초 5,167,635,360원에서 15% 감액된 4,392,490,060원으로 변경하는 이른바 '이 사건 취소처분'을 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공단의 환수 처분이 위법하고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1. 환수 결정/통보가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2.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사유가 명확하게 제시되었는지 여부.
3. 본인일부부담금도 환수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
4. 환수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무효인지 여부.
5. 공단이 감액한 부분에 해당하는 환수처분도 무효가 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각하 결정:
   •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2015년 6월 8일자 환수결정 무효 확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부 행위에 불과하여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각하되었습니다.
   • 원고 A의 예비적 청구 중 2012년 6월 22일부터 2013년 5월 21일 이전까지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1,580,976,540원의 환수 처분 무효 확인 부분은 민사상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일 뿐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어 각하되었습니다. 이는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사무장 징수 규정)이 2013년 5월 22일 이후 부당이득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2. 무효 확인 결정:
   •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5년 7월 13일 원고 A에게 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중 456,483,310원 부분이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5년 7월 17일 원고 B에게 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중 699,057,380원 부분이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이 금액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후 ‘불법개설 요양기관 환수결정액 감액·조정 업무처리지침’을 적용하여 감액 취소 처분한 금액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3. 기각 결정: 원고들의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4. 소송비용: 원고 A와 피고 사이 소송비용의 92%는 원고 A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며, 원고 B과 피고 사이 소송비용의 90%는 원고 B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불법 약국 운영과 관련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중 일부 금액에 대해 무효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공단이 자체적으로 제정한 감액·조정 지침에 따라 요양급여 지급결정을 취소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환수 처분 사유가 불명확하다는 주장, 본인일부부담금까지 환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 그리고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환수 처분 당시에는 관련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하자가 중대하거나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불법 약국 운영으로 인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자체는 유효하되, 공단이 자체적으로 감면해 준 금액에 대해서는 환수 처분의 효력이 없음을 확인한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약사법 제20조 제1항 (약국 개설 등록):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으며,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약사 자격이 없는 자가 약국을 개설하거나, 약사가 여러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여 의약품 오남용 방지 및 국민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가 무자격자임에도 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원고 B가 명의를 대여한 것은 명백히 이 조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2.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부당이득 징수):
   • 제1항: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이 조항은 부당하게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으로부터 그 금액을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법원은 이 조항에서 '보험급여비용'이 공단부담금과 환자 본인일부부담금 모두를 포함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이 징수 행위는 공단의 재량 행위에 해당하지만, 당시 대법원 판례가 명확히 나오기 전에는 기속 행위로 보기도 했으므로 처분 당시 전액 환수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제2항: "공단은 제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하여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약사 등의 면허를 대여받아 개설·운영하는 약국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이른바 '사무장 약국'의 실질적 개설자에 대해서도 요양급여비용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다만, 2013년 5월 22일 개정 및 시행된 조항이므로, 그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가 징수 대상인 경우 이 조항이 적용되는데, 2013년 5월 21일 이전 발생한 부당이득 징수 부분은 이 조항이 아닌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청구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로 처리되어야 하며, 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므로 소송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3.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4.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 2013년 5월 21일 이전 원고 A에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환수는 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이 아닌 이 민법 조항들에 근거한 사법상 청구로 보아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5.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처분 사유 제시):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행정처분의 투명성과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환수처분 당시 원고들이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이 규정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6.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만을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 공단의 '환수결정'은 내부 행위에 불과하고, 특정 기간의 환수 통보는 민법상 사법상 의사표시에 불과하여 행정처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7. 하자 있는 행정처분의 당연 무효 요건: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려면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공단의 전액 환수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주장은, 당시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명백한' 하자로 볼 수 없으므로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8. 행정처분의 직권 취소 권한: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행정청은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공단이 자체적으로 감액 조정한 취소처분은 유효한 직권 취소이며, 이는 기존 환수처분의 전제가 되는 지급결정 취소와 동일한 목적을 가지므로, 감액된 부분에 해당하는 환수처분도 무효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명의 대여 및 불법 개설 금지: 약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다른 약사의 명의를 빌려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는 약사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불법 행위이며, 사기죄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약사 또한 자신의 면허를 타인에게 빌려주는 행위로 인해 형사 처벌은 물론, 요양급여비용 환수 등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2. 요양급여비용 환수의 범위: 불법 약국 운영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은 공단부담금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직접 낸 본인일부부담금까지 포함하여 환수될 수 있습니다. 본인일부부담금은 공단이 환수하여 가입자나 피부양자에게 돌려주게 됩니다.
3. 환수 처분의 효력: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은 기본적으로 적법한 행정처분으로 간주됩니다. 처분 당시의 법리가 명확하지 않아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공단이 자체적으로 감면 지침을 마련하여 환수액을 조정한 경우, 감면된 금액에 해당하는 환수 처분 부분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4. 사무장 약국 관련 법령 적용 시점: 약사 자격이 없는 실질적 개설자(사무장)에 대한 부당이득 징수 규정(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은 2013년 5월 22일 이후 최초 발생한 부당이득에만 적용됩니다. 그 이전의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청구나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가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