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전 담임목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를 위해 사임하면서, 후임 목사와 사무장로들이 서명한 퇴직금 지급 약정서를 근거로 교회에 3억 원의 퇴직금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해당 약정이 교회의 중대한 재정 사항임에도 공동의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며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1986년부터 2011년까지 피고 L장로회N교회(당시 M교회)의 담임목사로 근무했습니다. 교회의 재정난이 심화되자, 원고는 중재자들을 통해 후임 목사 C에게 담임목사직을 이임하고 사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C 목사의 개척 자금 명목으로 Q교회로부터 원고에게 2억 원이 지급되기도 했습니다. 원고가 사임한 이후, 피고 교회의 담임목사 C와 사무장로 H, I는 '원고의 대출금 채무 4,500만 원을 피고 교회가 부담하고, 피고 교회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급이행각서(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했습니다. 이 각서에는 퇴직금을 교회가 부흥하고 형편이 되면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 약정을 근거로 피고 교회가 70세가 된 자신에게 퇴직금 3억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교회는 해당 약정이 중대한 재정관계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의회 결의 없이 이루어져 무효라고 주장하며 다퉜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교회의 전 담임목사 퇴직금 지급 약정이 교인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재정 관계 사항에 해당하여 공동의회(교인 총회)의 적법하고 유효한 결의가 필요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공동의회 결의 없이 담임목사와 일부 장로들의 서명으로 이루어진 퇴직금 지급 약정이 절차적 하자로 인해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약정서 작성 당시 피고 교회의 재정 상태 및 약정 내용이 교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중대한 사항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전 담임목사에 대한 3억 원의 퇴직금 지급은 교회 재정을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교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중대한 재정 관계 사항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인들 총회인 공동의회의 적법하고 유효한 결의를 요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약정은 공동의회 결의 없이 작성되었고, 재정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쳤다는 증거도 부족하여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퇴직금 지급이 교회의 재정 상태 호전을 조건으로 하였는데, 교회의 재정 상태가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할 만큼 호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충적 사유로 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교회의 재산 운영과 관련하여 '총유'의 법리 및 교회의 의사결정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법률적으로는 민법상의 총유 개념(민법 제275조~제278조)이 적용됩니다. 총유는 법인 아닌 사단의 재산 형태로서,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고, 각 사원은 정관 기타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교회의 재산이 교인들의 총유에 속하므로, 교회의 재산 관리 및 처분 행위는 교회의 규약이나 소속 교단의 헌법 규정에 따라야 하고, 그러한 규정이 없는 경우 교인들 총회의 결의를 요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 교회의 정관 제9조 제2항 및 L장로회 헌법 제21장 제1조 제5항에서 중대한 재정관계 사항은 공동의회(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퇴직금 지급 약정이 공동의회 결의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판단되었습니다. 이는 교회의 내부 규정 준수의 중요성과 함께, 중대한 재정 행위에 대한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가 결여될 경우 해당 행위가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는 법적 원칙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교회 재산은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닌 전체 교인의 총유에 속하므로, 목사 퇴직금 지급과 같이 교회의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반드시 교회의 정관이나 소속 노회 헌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와 의사결정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 거액의 금전 지급 약정은 교인의 총회인 공동의회(또는 이에 준하는 최고 의결기관)의 적법하고 유효한 결의가 필요하며, 당회나 제직회의 결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약정서 등 중요한 서류를 작성할 때에는 해당 결정이 교회의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한 권한을 가진 기관에서 제대로 승인되었는지 명확히 확인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또한 퇴직금 지급 약정이 교회의 재정 상태 호전 등 특정 조건을 전제로 할 경우, 그 조건이 객관적으로 충족되었는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