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이 동의 없이 망인의 재산을 임의 처분한 사건

망인 I의 자녀들인 원고 A와 B가 망인의 여동생이자 성년후견인이었던 피고 E를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및 손해배상, 또는 위임 종료에 따른 정산금 및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성년후견인으로서 망인의 아파트 매각대금과 예금 일부를 자신과 가족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거나 임의로 지출했습니다. 법원은 상속회복청구는 기각했으나,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와 위임 종료에 따른 정산금 청구는 일부 인용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총 80,819,000원(각 40,409,500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망인 I: 이 사건의 고인으로, 원고들의 아버지이자 피고의 오빠입니다.
• 원고 A와 B: 망인 I의 자녀들로서, 망인의 상속인입니다.
• 피고 E: 망인 I의 여동생이자, 망인 I의 성년후견인이었습니다.

분쟁 상황

망인 I이 2023년 8월 19일 사망한 후,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 A와 B는 망인의 재산 관리인이었던 여동생 피고 E가 성년후견인으로서 재산을 부적절하게 관리하고 처분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2018년 5월 31일 망인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후 망인의 아파트를 매각했고, 매각대금 1억 1,600만원을 피고 명의 계좌로 수령했으며, 망인 명의 계좌에서 총 5,720만원을 자신과 가족의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이러한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반환하지 않아 상속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가 성년후견인으로서 망인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망인의 동의나 법원의 허가 없이 아파트 매각대금이나 예금을 임의로 사용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가 참칭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성년후견 종료 후 망인의 재산을 원고들에게 반환해야 할 정산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망인 사망 전 원고들이 작성한 상속 포기 각서의 효력과 피고가 지출한 망인의 부양비, 장례비 등이 공제 또는 상계될 수 있는지도 다투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상속회복청구 기각: 피고를 민법 제999조에 따른 '참칭상속인'(상속인이라고 주장하며 상속재산을 점유한 자)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상속회복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일부 인용:
   • 예금 송금 관련: 피고가 망인의 동의나 법원 허가 없이 망인의 계좌에서 자신과 가족 계좌로 49,200,000원을 임의 송금한 것은 횡령에 해당하며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4,600,000원씩을 지급하고, 2023년 8월 20일부터 2025년 2월 20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 아파트 매각대금 관련: 피고가 망인의 아파트 매각대금 중 24,400,000원을 임의로 지출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2,200,000원씩을 지급하고, 2023년 8월 20일부터 2025년 2월 20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 나머지 아파트 매각대금(약 9,100만원) 및 기타 송금액(800만원)에 대한 횡령 주장은 증거 부족으로 기각했습니다.
3. 위임 종료에 따른 정산금 청구 일부 인용:
   • 피고가 망인의 거주지 마련을 위해 지출했던 임대차보증금 총 91,600,000원(T동 8,000만원, OO빌라 1,500만원으로 추정되는 금액 중 일부)을 망인 사망 후 반환받았음에도 원고들에게 반환하지 않은 것은 위임 종료에 따른 정산 의무 위반으로 보았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45,800,000원씩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장례비 상계 인정: 피고가 지출한 망인의 장례비 12,312,500원에서 부의금 8,750,000원을 공제한 3,562,500원의 구상금 채권(원고별 각 1,781,000원)을 피고의 정산금 채무에서 상계하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 피고의 부양비용 공제 및 후견인 보수 관련 상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결론적으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44,019,000원(= 45,800,000원 - 1,781,000원)씩을 지급하고, 2025년 1월 15일부터 2025년 2월 20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4. 상속포기 주장 기각: 망인 사망 전 작성된 상속포기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가 성년후견인으로서 망인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일부 금액을 임의로 지출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후견 종료 후 임대차보증금 반환금을 정산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원고들에게 손해배상 및 정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상속회복청구와 망인 사망 전의 상속포기 약정, 피고의 일부 상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법 제999조 (상속회복청구권)​: 진정한 상속인이 아님에도 상속인이라고 속여 상속재산을 점유하는 '참칭상속인'으로부터 재산상속권을 침해당한 경우, 진정한 상속인이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피고가 망인의 성년후견인이었을 뿐 상속인이라고 참칭한 사실이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상속회복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성년후견인이 법원의 허가 없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는 후견인으로서의 임무 위반이며, 피후견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망인의 예금과 아파트 매각대금 중 일부를 임의로 송금하거나 지출한 행위가 횡령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인정되었습니다.
3. 민법 제692조 (위임 종료 시의 처리)​: 위임이 종료된 경우 수임인은 위임인에게 사무 처리에 대한 보고를 하고, 수령한 금전이나 물건, 취득한 권리 등을 위임인에게 인도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성년후견인 지위가 망인의 사망으로 종료되면서, 피고가 망인을 위해 받았던 임대차보증금을 원고들에게 정산하여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4.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9021 판결 (상속개시 전 상속포기 약정의 효력)​: 판례에 따르면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되므로,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겠다는 약정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망인의 사망 전에 작성한 '포기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1. 성년후견인의 재산 관리: 성년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할 때 반드시 피후견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피후견인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횡령이나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2. 법원의 허가: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주거용 부동산 처분 등 중요한 재산 행위를 할 때는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 없이 이루어진 행위는 무효가 되거나 불법행위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재산 관리 기록: 성년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 관리 내역을 투명하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정기적으로 법원에 보고해야 합니다. 모든 입출금 내역과 사용처에 대한 증빙 자료를 철저히 보관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4. 상속 개시 전 상속 포기 약정: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되므로, 사망 전에 이루어진 상속 포기 약정이나 각서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5. 후견 종료 시 정산 의무: 성년후견인의 임무가 종료되면 피후견인(사망 시 그 상속인)에게 재산 관리 내역을 보고하고 남은 재산을 정산하여 반환해야 합니다.
6. 장례비 등의 상계: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을 위해 지출한 합리적인 비용(예: 장례비)은 피후견인의 재산에서 공제하거나 상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내역과 금액이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