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방해/뇌물
피고인 A는 B 병원 앞에서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스피커를 사용하여 병원 진료와 관련 없는 내용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약 50분간 진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병원의 업무가 방해받았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와 경범죄처벌법 위반(소란행위)으로 기소되었고, 원심에서는 두 가지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자신의 시위는 적법했고 스피커 음량도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며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유지했으나,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소음 정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고, 1인 시위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소음 기준보다 더 엄격한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피해자가 운영하는 B 병원의 주 출입문 또는 병원 앞 도로에 플래카드('피해신고 접수', 'F')를 설치하고 약 50분간 스피커를 통해 “피해 신고 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피부과 원장 F로부터 피해를 받으신 분들은 피해 신고 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피부과 원장 F, 피해자 가족이 여기에 와 있습니다. 나오세요.”라는 내용의 방송을 반복했습니다. 이 시위는 실제로는 피고인 또는 그 가족이 B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별건의 건물 불법점유에 대한 명도보상금 7억 원을 요구하다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병원 진료와는 무관하게 피해자를 압박하여 금원을 받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병원 의료진과 고객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진료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병원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었고, 소음으로 인해 112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의 플래카드 설치 및 스피커 방송 행위가 피해자의 병원 운영 업무를 방해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의 시위 중 발생한 소음이 경범죄처벌법상 '지나치게 크게 내는 소리'에 해당하여 소란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1인 시위의 소음 규제에 있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기준보다 경범죄처벌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벌금 미납 시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하고,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경범죄처벌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병원 앞 시위 행위가 병원 운영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고객들이 진료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게 만드는 등 병원 업무에 상당한 방해가 될 위험성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특히 시위 내용이 병원의 의료행위와 무관한 별건의 피해보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며,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병원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 행위는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이 소음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지 않아 소음이 '지나치게 큰 소리'였는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고, '1인 시위'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소음 기준보다 더 엄격한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업무방해죄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여기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스럽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의미하며, 폭력이나 협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 유형적, 무형적 수단을 모두 포함합니다. 심지어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물적 상태를 조성하여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위력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죄는 실제로 업무방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그 결과가 초래될 '위험'만 있어도 성립하며, 단순히 업무 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병원과 무관한 내용을 플래카드와 스피커로 반복 방송하여 병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고객들의 불안감을 조성한 행위를 병원 운영에 대한 위력으로 판단했습니다.
경범죄처벌법 위반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1호): 이 법은 악기, 라디오, 확성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어'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을 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 제2조(남용금지)는 법 적용 시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목적으로 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합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의 시위가 다소 소음이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당시 소음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큰 소리'였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및 시행령 제14조 별표 2에서는 집회나 시위 시 확성기 사용 소음 기준을 주거지역, 학교, 병원 등에 대해 주간 등가소음도 75dB 이하, 최고소음도 95dB 이하로 정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1인 시위'에 해당하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신고 대상은 아니었더라도, 위 법령에서 정한 소음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경범죄처벌법 제2조의 남용금지 규정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