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 노동
지하철 건설 공사 현장에서 두 명의 근로자가 각각 수직구 추락과 띠장 낙하물에 맞아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원도급업체와 그 현장소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항소심 법원은 원도급업체의 총괄적인 안전 관리 책임과 현장소장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일반 사업주의 책임에 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하철 건설 공사 현장에서 두 번의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고에서는 근로자 N이 깊이 28.8m의 수직구에서 양수기 설치 작업 중 추락하여 사망했습니다. 당시 수직구에는 추락 방지를 위한 작업발판이나 안전방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안전대 사용을 위한 적절한 부착설비도 미흡했습니다. 두 번째 사고에서는 근로자 O이 환기구 공사 현장에서 지하 약 8~9m 지점의 띠장(H빔) 해체 작업 중 띠장에 부딪혀 사망했습니다. 이 작업은 시야 확보가 어렵고 중량물 해체라는 고난이도 위험 작업이었음에도 낙하물 방지망 등 필요한 안전조치나 구체적인 작업계획서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원도급업체인 F 주식회사와 현장소장 E는 자신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고 발생에 대한 고의나 예측가능성이 없었으며 사고의 주된 원인이 피해자들의 부주의에 있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호소했습니다. 특히 F 주식회사는 자사 근로자와 하수급인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작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의 사업주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검사는 피고인들에게 도급인의 책임(제29조) 외에 일반 사업주의 책임(제23조)도 물어야 한다며 항소했습니다.
원도급업체 F 주식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의 '사업주'에 해당하여 하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작업의 혼재성 및 장소적 동일성 인정 여부). 현장소장 E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고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과 예측가능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이 사건 각 사고가 피해 근로자들의 부주의나 예측 불가능한 작업 방식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여부. 원도급업체 F 주식회사와 현장소장 E에게 도급인의 책임(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외에 일반 사업주의 책임(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도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 원심에서 선고된 피고인들의 형량이 적정한지 여부 (검사 및 일부 피고인의 양형 부당 주장).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E, F 주식회사의 각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심에서 피고인 E, F 주식회사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피고인 E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부분과, 피고인 E, F 주식회사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위반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부분이 모두 유지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 E에게는 벌금 400만 원, 피고인 F 주식회사에는 벌금 700만 원이 확정되었습니다. (원심에서 피고인 A 500만 원, 피고인 B 주식회사 700만 원, 피고인 C 500만 원, 피고인 D 주식회사 700만 원 선고)
항소심 법원은 원도급업체인 F 주식회사가 하수급인들과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을 수행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에 따른 안전조치 의무를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현장소장 E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고위험 작업 현장의 위험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했음에도 필요한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여 두 근로자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위반(일반 사업주의 책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소속 근로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거나 방치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두 근로자가 사망한 중대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반성 및 유족과의 합의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아 검사와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도급인의 책임): ◦ 제1항: 같은 장소에서 여러 사업주(원도급인과 수급인 포함)가 사업을 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원도급인)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하여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조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은 장소적 동일성만 요구하며 시간적 동일성까지 필요하지 않고 도급인이 사업장을 전반적으로 관리·감독하며 언제든지 수급인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됩니다. ◦ 제3항: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F 주식회사는 현장소장 E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고 현장 관리를 총괄했으므로 하수급인 근로자들의 안전 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 제1항: 사업주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 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어야 하며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해야 합니다. 현장소장 E는 이 사건 건설 공사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되어 전체 안전 관리를 총괄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 제2호 (벌칙):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을 위반하여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4조 (추락 방지): ◦ 제1항: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에는 작업발판이나 안전방망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방지해야 합니다. 작업발판이나 안전방망 설치가 곤란한 경우에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수직구에 작업발판이나 안전방망 설치가 가능했음에도 미설치되었고 안전대 사용 조치도 미흡하여 위반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제2항: 안전대를 사용하게 하는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고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해야 합니다. •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 필요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사건에서 현장소장 E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 관리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두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인과관계와 예측가능성이 인정되어 유죄로 판단되었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안전상의 조치): ◦ 제1항: 사업주는 사업장에서 기계·기구 등, 폭발성 물질 등, 전기·열 등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조항은 사업주가 직접 근로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거나 방치했을 때 적용됩니다. 법원은 도급 사업에서 원도급인이 자신의 근로자에게 위험한 감시·감독 작업을 지시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F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가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수급인의 작업을 구체적으로 감독했음을 입증하지 못하여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벌칙):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을 위반하여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아니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재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위반 사실만으로 성립합니다.
• 원도급업체의 안전 관리 의무 강화: 건설 공사와 같이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도급 사업에서는 원도급업체가 하수급인 근로자의 안전에 대해서도 전반적이고 총괄적인 관리 책임을 지며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으로 인정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른 안전 조치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작업 장소의 물리적 동일성을 넘어 도급인이 사업장 전체를 관리·감독하는 상황을 포함합니다. • 고위험 작업에 대한 철저한 사전 안전 조치: 수직구 작업이나 중량물 해체 작업 등 추락, 낙하 위험이 있는 고위험 작업 시에는 작업발판, 안전방망, 안전난간, 낙하물 방지망, 수직보호망, 방호선반 등 법령에서 정한 필수적인 안전 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안전대는 보조적인 수단이며 작업발판 설치가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 작업 계획서 및 위험성 평가의 실질적 이행: 중량물 취급 작업 등 위험성이 높은 작업에 대해서는 사전에 구체적인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지시해야 합니다. 위험성 평가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의 위험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안전 관리 책임자의 역할 명확화: 현장소장 등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현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보고받으며 안전 조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되면 즉시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단순한 관리·감독 소홀을 넘어 작업 방치로 판단될 경우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근로자의 부주의 여부와 관계없는 사업주의 책임: 근로자의 부주의가 사고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사업주가 마땅히 취해야 할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업주의 법적 책임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궁극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 사업장 내 모든 위험 요소 관리: 기계·기구, 설비, 폭발성 물질, 전기 등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에서 정하는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더라도 사업장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한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