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종중(종친회) 구성원들이 종중의 대표자와 임원들이 횡령 등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종중 임원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채권자들(종원들)은 채무자들(종중의 대표자, 부회장, 사무국장)이 종중의 임원으로서 공모하여 업무상 횡령, 배임,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와 같은 다양한 비위행위를 저질렀으며 이로 인해 종중 재산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채권자들은 이러한 비위행위를 근거로 채무자들을 해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해임청구권을 본안 소송의 피보전권리로 하여 채무자들의 종중 내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그 직무대행자를 선임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종중 구성원들이 종중 임원들의 횡령 등 비위행위를 이유로 법원에 직무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지, 즉 종중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권이 법적 근거가 있는 형성의 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었습니다.
채권자들의 채무자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률관계를 변경하거나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의 소'는 반드시 법률에 명확한 근거 규정이 있어야만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종중 구성원들이 종중 임원을 해임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소송은 형성의 소에 해당하지만, 종중 임원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채권자들이 제출한 종중 정관에도 임원 해임 사유나 절차에 관한 규정은 있었으나, 이는 종중 내부의 징계 절차에 불과하며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해임청구권이라는 피보전권리가 소명되지 않았으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이유 없다고 보아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형성의 소'와 관련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형성의 소의 법리: 법률관계의 변경·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예: 해임 소송)은 반드시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된 경우에만 제기할 수 있습니다. 즉, 법률이 '누구는 어떤 경우에 다른 누구의 무엇을 해임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정해놓아야만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대법원 1997. 10. 27.자 97마2269 결정과 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45020 판결 등에서 확립된 바 있습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과 피보전권리: 가처분은 본안 소송에서 다툴 권리(피보전권리)가 존재함을 전제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들은 '종중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종중 임원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종중 정관에 임원 해임에 관한 규정이 있더라도, 이는 종중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징계 절차일 뿐이며,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형성의 소로서의 해임청구권)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본안 소송에서 인정될 수 없는 권리(해임청구권)를 전제로 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또한 받아들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종중 임원의 비위행위가 발생하여 직무정지나 해임을 고려하는 경우, 해당 종중의 정관이나 규약에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정관에 임원의 해임 사유 및 절차가 규정되어 있더라도, 이는 종중 내부의 징계 절차에 관한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법원에 직접 해임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종중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정관에 임원의 해임에 대한 내부 절차뿐 아니라 비위 발생 시 법적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근거 마련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체의 대표자나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소송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므로, 종중과 같은 비법인 사단의 경우 이러한 법적 근거가 없는 한 법원을 통한 해임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