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노동
이 사건은 건설 현장에서 굴착 작업 중 지하 슬래브 천장이 붕괴하여 근로자들이 중상을 입은 사고와 관련하여, 현장소장 A와 시공사 B 주식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안전진단 등 안전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미 원청사 측에서 포괄적인 안전성 평가를 진행한 사실을 인정하며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 E와 F는 2019년 12월 1일 과천시 'D' 현장 지하 1층에서 흙막이벽체공사를 위한 굴착 작업 후 발생한 부상토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지하 1층의 기존 슬래브 천장이 갑자기 붕괴되면서 근로자들이 매몰되어 각각 좌측 복사 골절, 우측 절구 골절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검찰은 현장소장 A와 B 주식회사가 작업 전 해당 슬래브 천장에 대한 안전진단 등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여 이들을 기소했습니다.
굴착 작업 중 구조물 붕괴 위험이 예상될 경우 하도급받은 시공사와 현장 관리자가 별도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진단 등 안전성 평가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미 원청사에서 포괄적인 안전성 평가를 진행한 경우 하도급 업체에게도 동일한 의무가 부과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피고인 A와 피고인 B 주식회사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사업주가 직접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안전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작업을 방치한 경우에만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청사인 I 주식회사가 공사 착공 전 한국안전진단기술원과 주식회사 J에 용역을 의뢰하여 사전조사보고서 제출, 구조검토,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충분한 안전진단 및 평가를 이미 마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검찰이 지적한 구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52조에서 정하는 안전진단 등의 위험방지 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1항 및 제3항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사업주에 대한 이 법 위반죄가 성립하려면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작업을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고 보았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양벌규정): 사업주의 종업원이 법 위반 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사업주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현장소장 A의 위반 행위에 대해 B 주식회사에도 책임을 물으려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구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52조 (굴착 작업 시 위험 방지 조치): 구축물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물 인근에서 굴착·항타작업 등으로 침하·균열이 발생하여 붕괴 위험이 예상되거나, 구조물 등이 자체 하중 등으로 붕괴 위험이 있을 경우 안전진단 등 안전성 평가를 하여 위험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이 규정에 따른 안전진단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등: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성립 요건에 대한 판례로,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경우에만 죄가 성립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 법리를 적용하여 이미 원청사가 적법한 안전진단을 마쳤으므로, 하도급업체인 피고인들이 추가적인 동일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하도급 계약을 통해 작업을 수행할 경우, 원청사와 하도급업체 간의 안전 관리 책임 범위와 의무를 명확히 파악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처럼 원청사에서 이미 종합적인 안전진단과 평가를 완료한 경우, 하도급업체가 추가적인 동일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이루어진 안전성 평가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고, 자신의 작업 범위 내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안전 조치를 파악하여 이행해야 합니다. 관련 법령에 명시된 특정 안전 조치 의무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모든 안전 관련 활동에 대한 기록을 철저히 남겨야 추후 법적 분쟁 발생 시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