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망인이 사망한 후 배우자와 두 아들이 고인의 금융기관 계좌에서 약 4억 4천만 원을 공동으로 인출하였습니다. 장남인 원고는 동생인 피고가 자신의 상속 지분 약 1억 2천만 원을 보관하거나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주장하며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보관 계약이나 지급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8년 12월 6일 망인 C가 사망하자, 상속인인 배우자 D, 장남 원고 A, 차남 피고 B가 상속 절차를 밟았습니다. 2019년 1월 24일, 이들은 함께 4개 금융기관에서 망인 명의의 계좌들을 해지하고 총 446,715,592원을 인출했습니다. 같은 날, 모친과 원고, 피고는 망인의 부동산에 대해 모친 단독 소유로 하는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완료했습니다. 이후 원고와 피고 형제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었고, 원고는 2021년 10월 21일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공동 인출된 금액 중 자신의 상속 지분인 127,615,769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며, 주위적으로는 무상임치계약을, 예비적으로는 약정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망인의 금융재산 공동 인출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의 상속 지분을 피고가 보관하기로 하는 '무상임치계약'이 성립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공동 인출 즉시 피고가 원고에게 그의 상속 지분인 127,615,769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검토하였으나, 피고와 원고 사이에 상속 금융재산 인출금에 대한 무상임치계약이나 지급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임치계약의 경우 인출된 금전이 봉인되어 특정 형태로 보관된 것이 아니었으며, 피고가 단독으로 인출한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인출한 점, 그리고 원고가 피고에게 해당 금액에 대한 처분 권한을 명확하게 부여했다는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693조 (임치의 의의): 임치(任置)는 당사자 중 한쪽이 상대방에게 금전,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의 보관을 맡기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상속 지분을 보관하기로 위탁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보관 위탁'과 '승낙'이라는 의사 합치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02조 (소비임치): 금전이나 다른 대체물의 임치는 당사자들이 그 목적물의 소유권을 맡는 사람(수치인)에게 이전하기로 약정한 경우, 소비대차(빌려주고 빌리는 계약)에 관한 규정을 준용합니다. 법원은 금전의 임치는 통상 '소비임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소비임치가 성립하려면 맡긴 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수치인에게 명확하게 부여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그러한 처분 권한을 명확하게 부여했다는 증거가 부족했으므로, 소비임치로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상속재산 분할이나 금융재산 공동 인출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속인들이 공동으로 재산을 인출한 경우, 단순히 인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특정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의 몫을 보관하거나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상속재산 분할 협의나 특정 재산에 대한 보관 또는 지급 약정은 반드시 명확한 서면 합의서나 객관적인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구두 합의는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그 존재와 내용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금전의 임치계약(보관 계약)은 금전이 봉인되어 특정 형태로 보관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맡긴 돈을 사용하고 나중에 동량으로 돌려주는 '소비임치'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소비임치로 인정되기 위해서도 임치물에 대한 처분 권한을 수치인에게 명확하게 부여했다는 합의가 필요하며, 이러한 합의 역시 명확히 입증되어야 합니다. 상속인들 간의 재산 분쟁은 감정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므로, 초기부터 모든 합의 사항을 문서화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여 불필요한 오해나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