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주식회사 B는 2016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의약품 '미송재고'를 실제 판매되지 않았음에도 매출로 허위 계상하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분식회계)을 저질렀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B사에 약 27억 4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당시 B사의 회장 및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위법 행위에 관여한 원고 A에게 약 2억 7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원고 A는 이 과징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제약회사 B는 2016년 7월경부터 2020년 3월경까지 '창고3'에 보관된 의약품 재고에 대해 실제 물리적 이전 없이 특정 도매상들을 공급받는 자로 하여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이를 매출로 계상하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했습니다. 이러한 '미송재고'를 이용한 회계 처리는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을 과대 계상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후 경영권이 E 측으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회계 부정 사실이 드러났고, 금융위원회는 B사와 당시 회장이자 대표이사였던 원고 A에게 각각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원고 A는 이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하여, 처분의 절차적 적법성, 회계 처리의 위법성, 그리고 자신의 책임 범위 및 과징금 산정의 적정성 등을 다투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특히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주식회사 B의 '미송재고' 관련 회계처리가 실제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분식회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 A가 B사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행위를 알았거나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방지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입니다. 넷째, 과징금 산정 시 위법행위 유형 분류, 가중사유, 감면사유 적용 등이 적정하여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과징금 처분서의 내용, 관련 법령 및 처분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는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관련 형사재판 및 민사재판 결과를 토대로 B사의 '미송재고' 관련 회계처리는 실제 재화의 이동 없이 가공 매출을 계상한 분식회계에 해당하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셋째, 원고 A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B사의 회장 및 대표이사로서 미송매출의 존재와 규모를 인지하고 이를 지시한 사실이 관련 재판에서 인정되었으므로, 회사의 위법 행위를 알았거나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방지하지 못한 자에 해당하여 과징금 부과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과징금 산정 시 위법행위 유형 분류, 위반 기간에 따른 가중사유 적용, 감면사유 미적용 등은 관련 규정에 따라 이루어졌고,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최종 과징금 액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므로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주식회사 B의 전 회장이자 대표이사였던 원고 A에게 부과된 약 2억 7천만 원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과징금 처분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이유 제시 의무):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인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가 불복 절차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처분서의 내용, 관계 법령, 그리고 해당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과정을 종합하여 당사자가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처분서에 구체적인 내용이 다소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절차적 하자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의 세부적인 산출 과정까지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원고가 처분 사유와 근거 법규를 충분히 인지하고 소송에 임했으므로 이유 제시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외부감사법) 제35조 제1항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과징금): 이 법은 회사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위법 행위를 알았거나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방지하지 못한 이사나 그 밖에 회사의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자에 대해서도 회사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B사의 회장이자 대표이사로서 B사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알았거나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방지하지 못한 자에 해당하여 과징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상법 제399조 제1항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업무집행지시자 등의 책임): 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것을 지시하거나 회장의 지위에서 회사의 업무를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이사와 동일하게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및 시행세칙 (과징금 산정 기준):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과징금은 위법 행위의 유형(예: 당기순이익이나 자기자본에 영향을 미치는지, 자산·부채의 과대·과소 계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위반 기간, 고의성 여부, 재무제표 자진 수정·공시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됩니다. 본 사건에서 금융위원회는 B사의 회계 처리 위반을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고, 위반 기간이 3개 사업연도를 초과한 점을 가중사유로, 심사 착수 전 재무제표 자진 수정·공시를 감경사유로 적용하여 과징금을 산정했으며, 법원은 이러한 산정 방식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회사의 재무제표는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의 정확한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므로, 관련 법규와 회계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실제로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매출로 허위 계상하거나 '돌려막기'식으로 매출을 조작하는 행위는 명백한 회계 기준 위반이자 분식회계에 해당하며,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경영진에게도 막대한 법적 책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 등 경영진은 회사의 회계 처리 전반에 대한 감시 및 감독 의무를 가집니다. 다른 임직원의 위법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알았거나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방지하지 못했다면 개인적으로도 과징금 부과 등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회계 부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위반 기간, 위반 금액, 고의성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되므로, 위법 행위가 오랜 기간 지속되거나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과징금 액수는 매우 커질 수 있습니다. 경영권이 교체된 경우에도 과거 경영진의 회계 부정 행위에 대한 책임은 지속될 수 있으며, 관련 형사 또는 민사 재판의 결과는 행정 소송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