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의 변호사 겸직 불허 처분 취소 사건

공인회계사 자격과 변호사 자격을 모두 가진 사람이 회계법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직을 겸직하려 했으나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겸직 허가를 불허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법원은 해당 겸직 불허 처분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되며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여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린 사건입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공인회계사 자격과 변호사 자격을 모두 보유하고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며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겸직을 신청한 사람입니다.
• 피고 B단체: 금융위원회로부터 공인회계사의 등록 및 회원의 지도·감독 사무를 위임받은 공공법인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를 지칭합니다.

분쟁 상황

원고 A는 1994년 공인회계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1998년 공인회계사 등록을 마쳤으나, 2000년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입소를 위해 2001년 공인회계사 등록을 취소했습니다. 이후 2010년 2월부터 변호사로 개업하여 현재까지 활동하던 중, 공인회계사 업무를 함께 수행하기 위해 2021년 7월 13일 다시 공인회계사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원고는 2021년 8월 9일, 자신이 현재 법무법인 E의 대표변호사로 근무 중이며 향후 F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로 입사할 예정이므로 피고 B단체의 내규에 따라 겸직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단체는 2021년 8월 18일,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가 일반 영리법인 외 전문자격사 법인에 겸직하는 것을 허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의 겸직 신청을 불허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B단체가 내규를 근거로 원고 A의 공인회계사 겸직을 불허한 처분이

1. 법률의 위임 없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여 무효인지 여부
2.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원고가 주장한 겸직불허 처분의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2. 피고 B단체가 2021년 8월 18일 원고에게 내린 겸직불허 처분은 취소되었습니다.
3. 소송에 관련된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B단체 내규인 '감사인 등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제3조 제2항이 법률의 명확한 위임 없이 공인회계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겸직허가제를 창설한 것이므로 법률유보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설령 해당 내규에 법률상 위임 근거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가 겸직 허가 여부를 검토함에 있어 원고의 향후 업무 형태, 이해충돌 가능성, 기존 허가 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겸직을 불허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그 하자가 명백하여 처분이 무효라고까지는 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무효 확인)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취소)를 받아들여 겸직 불허 처분을 취소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공인회계사의 겸직 제한과 관련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 행정법상 법률유보의 원칙, 의회유보 원칙, 그리고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의 원칙을 중요하게 다루었습니다.

• 헌법 제15조(직업선택의 자유)​: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지며 이는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겸직의 자유도 포함됩니다. 원고는 공인회계사이자 변호사로서 두 전문직의 겸직을 통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행사하려 했기에 이 조항이 핵심적인 기본권으로 작용했습니다.
• 헌법 제37조 제2항(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 원칙 및 의회유보 원칙)​: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법원은 피고 B단체의 겸직 허가 내규가 법률의 명확한 위임 없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은 국회가 법률로 직접 규율해야 한다는 '의회유보 원칙'이 강조되었습니다.
•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의 원칙: 행정청이 법령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할 때 그 한계를 넘어서거나 재량권을 남용하는 경우 해당 처분은 위법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겸직 허가 여부를 결정하면서 원고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업무 특성, 다른 겸직 허가 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불허한 점을 들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공인회계사법 제41조(회칙 제정), 제43조(직업윤리 규정), 시행령 제24조(회칙 기재사항)​: 피고는 이 조항들을 근거로 겸직 제한 내규를 제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들이 공인회계사의 회칙 및 직업윤리 준수를 규정한 것일 뿐, 겸직 제한과 같이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내규로 정하도록 위임한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변호사법이나 세무사법이 겸직 제한을 명시적으로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여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 외부감사법 제16조(회계감사기준) 및 시행령 제22조(감사인의 독립성 유지 요건)​: 피고는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겸직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 조항들을 근거로 들었으나, 법원은 이 조항들이 회계감사기준에 관한 것일 뿐 겸직 금지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의 내규는 회계감사기준과 별개의 규정이므로 직접적인 위임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공인회계사법 제32조 제2항(사무소 개설 제한)​: 피고는 이 조항도 처분 근거로 추가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조항이 회계업무를 위한 사무소 추가 개설을 제한하는 것일 뿐, 복수 자격자가 회계사무소와 법률사무소를 동시에 개설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1. 겸직 규정의 법적 근거 확인: 전문직 자격증을 여러 개 가진 사람이 겸직을 하고자 할 때, 해당 직역을 관장하는 법률 및 단체의 내규에 겸직 제한 규정이 있는지, 있다면 그 법적 근거가 상위 법률에 명확하게 위임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법률의 위임 없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규는 위법할 수 있습니다.
2.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는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겸직의 자유도 포함합니다. 따라서 겸직이 제한될 경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정당한 공익상의 이유와 법률적 근거가 명확해야 합니다.
3. 재량권 남용 여부 검토: 겸직 불허 처분이 내려졌다면, 처분 기관이 해당 처분을 내릴 때 구체적인 업무 내용, 이해충돌 가능성, 겸직으로 인한 폐해 발생 여부 등을 개별적으로 심사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일률적으로 겸직을 불허하거나, 기존의 유사 사례와 형평성에 어긋나게 처분했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률 비교: 다른 유사한 전문직(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등)의 경우 겸직 제한이 어떻게 법률로 명시되어 있는지 비교 분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겸직 제한 내규의 법적 정당성이나 형평성을 다투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5. 독립성 및 이해충돌 소명: 겸직이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나 이해충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겸직하려는 업무가 독립성을 해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업무 수행 방안이나 윤리 규정 준수 계획을 상세히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