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애니메이션 성차별 내용으로 인한 방송사 제재 및 제작사 소송 사건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사인 주식회사 A가 제작한 'H' 애니메이션의 특정 에피소드가 방송심의규정의 양성평등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를 방영한 방송사들(주식회사 B, C 주식회사, 주식회사 D)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의' 제재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주식회사 A는 해당 제재조치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제작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문제의 애니메이션 'H'를 제작한 외주 제작사로, 이 사건 제재조치 명령의 취소를 청구한 원고입니다.
• 방송통신위원회: 문제의 애니메이션을 방영한 방송사들에 대해 '주의' 제재조치를 명령한 피고입니다.
• 주식회사 B, C 주식회사, 주식회사 D: 주식회사 A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H'를 각자 운영하는 채널에서 방영하여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의' 제재조치를 받은 방송사업자들입니다.

분쟁 상황

주식회사 A가 제작한 어린이 애니메이션 'H'의 'I'편이 2020년경까지 주식회사 B, C 주식회사, 주식회사 D 등 여러 방송채널에서 방영되었습니다. 2021년 1월 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는 이 에피소드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 제3항(양성평등 관련)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각 방송사업자에게 '주의'를 결정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했습니다. 같은 달 1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는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4호에 근거하여 해당 방송사업자들에게 '주의' 제재를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2021년 2월 22일, 이들 방송사업자들에게 '주의' 제재조치를 내리고, 결정사항 전문을 방송하며 그 이행결과를 보고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주식회사 A는 이 제재조치 명령으로 인해 불이익을 입었다며, 해당 제재조치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1. 원고적격 인정 여부: 제재조치 명령의 직접 상대방은 방송사들이었으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원고에게도 이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
2. 의견진술권 침해 여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조치를 결정하기 전에 제작사인 원고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절차상 위법한지 여부.
3.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해당 애니메이션 에피소드에 대한 '주의' 처분이 원고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한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고인 주식회사 A의 청구를 기각한다.

결론

법원은 원고의 세 가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첫째, 원고적격에 관하여, 법원은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제3자는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원고는 이 처분으로 인해 애니메이션을 방송으로 표현할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받고, 향후 더 높은 단계의 제재나 과징금을 받을 가능성도 있으며, 방송법상 재심청구권자에 '이의가 있는 자'가 포함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했습니다.

둘째, 의견진술권 침해 주장에 관하여, 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 의견진술 기회 부여 의무는 '제재조치의 상대방인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적용되는 것이며, 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원고에게까지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방송사업자에게 의견진술 기회가 부여되었고, 원고는 이를 통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심의 과정을 인지하고 방청까지 한 점을 고려할 때 절차상 위법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관하여, 법원은 7세 이상 시청 가능한 코믹 애니메이션으로서, 주요 시청자인 어린이들의 성 역할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해당 에피소드가 여성의 외모지상주의와 상품화를 조장하고, 여성에게 능력보다 외모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차별적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원고가 풍자 의도를 주장했지만, 전체 재생시간 12분 중 8분 30초 동안 관련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 어린이들은 자극적인 내용을 모방하는 경향이 강한 점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또한, 애니메이션 제작 시기와 무관하게 현재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며, 시청률이 낮다고 하여 심사 기준을 완화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주의' 처분은 방송법상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이고, 원고가 다른 매체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의 표현의 자유 제한 정도가 공익 달성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재량권 일탈·남용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모든 주장이 기각되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가 정당하다고 확정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방송법 제100조 (제재조치)​
  • 제1항: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 외주제작사 등이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을 때 '주의' 명령을 포함한 다양한 제재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제재 대상에 외주제작사도 포함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어, 제작사에게도 제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 제3항: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 1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 제7항: 제재조치명령에 '이의가 있는 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불이익을 입은 자의 구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2항 (의견진술 기회)​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재조치를 정할 때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미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당사자'를 제재조치의 '직접 상대방'으로 해석했습니다.
• 행정소송법상 원고적격 (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 행정처분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해당 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제3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은 해당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의미합니다.
• 언론·출판의 자유 및 방송의 자유 (헌법 제21조 제1항 및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15660 판결 등 참조)​
  • 방송의 자유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기본권이지만, 방송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사실 왜곡이나 편파성 방지를 위한 내용 규제의 필요성도 인정됩니다. 다만, 국가는 방송의 본질적 역할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최대한 개입을 자제해야 합니다.
• 방송 내용 심의 시 고려 사항 (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5두4947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 방송 내용이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는지 심의할 때는 매체별, 채널별, 프로그램별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 연령층의 특수성을 감안한 심의가 필요합니다.
•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섰거나 남용되었는지 여부는 처분 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그리고 처분으로 인해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행정처분 관련 소송 제기 요건 확대: 행정처분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해당 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익을 침해당한다면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주 제작사의 경우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방송 제재가 직접적인 이익 침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의견진술권의 범위: 행정청이 제재조치를 내릴 때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주어야 하지만, 이는 처분의 '직접적인 상대방'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3자라면 직접적인 의견진술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처분 상대방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거나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절차상 하자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어린이 대상 콘텐츠 심의 기준: 어린이들이 주요 시청자인 콘텐츠는 성 역할 고정관념 조장, 외모지상주의 강조 등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미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특히 엄격한 심의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풍자나 비판적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어린이들은 메시지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고 자극적인 내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내용의 반복성이나 표현 방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시청률이 심의에 미치는 영향: 콘텐츠의 시청률이 낮다고 해서 방송심의 기준이 완화되지는 않습니다. 시청률은 변동성이 크고, 특정 시청률을 기준으로 다른 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제재의 경중과 재량권: 행정청의 제재조치가 가장 낮은 단계(예: '주의')에 해당하고, 해당 제재가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지 않고 다른 매체를 통한 표현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법원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재의 강도가 낮을수록 재량권 행사 범위가 넓게 인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