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우체국 집배원으로 근무하던 한 남성이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급성 심장사로 사망하자, 그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망인은 별정우체국 소속이었으나, 실제로는 우정사업본부 산하 총괄우체국으로 파견되어 13년간 근무하며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왔습니다.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이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에게 총 190,851,746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은 1996년 1월 17일부터 별정우체국 집배원으로 근무하다가 2004년 '집배권역 광역화 추진계획'에 따라 우정사업본부 산하 총괄우체국으로 파견 발령받아 사망 시까지 약 13년간 그곳에서 근무했습니다. 망인은 주 5일 근무자였으나 실제로는 주 평균 62시간 48분 근무하는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휴게 시간도 불규칙했습니다. 특히 대선 기간에는 업무량이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또한,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고, 상급자와의 갈등 후 근무지가 변경되면서 새로운 지역 업무 파악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었습니다. 결국 망인은 2017년 4월 25일 출근하지 않은 채 자택에서 급성 심장사로 사망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고, 이에 유족들은 국가와 별정우체국 국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이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되, 망인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1(부인)에게 26,696,892원, 원고 2(자녀), 원고 3(자녀)에게 각 80,577,427원, 원고 4(어머니)에게 3,000,000원 및 2017년 4월 25일부터 2023년 5월 12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1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별정우체국 직원과 같이 직접 고용 관계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 지휘·감독을 행사하는 주체가 있다면 해당 주체에게도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이 근로자의 사망으로 이어질 경우 사용자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전배려의무 이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및 종속적인 관계 판단 (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6다277538 판결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는 사용자의 업무 지시, 취업규칙 적용 여부, 근무 시간 및 장소 지정, 독립 사업 영위 가능성, 보수의 성격,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사회보장제도상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이 사건 망인은 별정우체국 소속이었으나, 실제로는 총괄우체국에서 13년간 우정직 집배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며 총괄우체국장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았고, 인사권도 대부분 관할 지방우정청장이나 총괄우체국장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망인이 비록 별정우체국 직원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실질적으로 피고 대한민국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2.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등):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의 작업장에 파견받아 지휘·명령하며 자신을 위한 계속적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직접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는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계약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이 총괄우체국을 통해 망인을 13년간 지휘·감독하며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로하게 한 이상, 사용사업주로서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우정사업본부는 망인의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 환경을 제공할 책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3. 사용자의 신의칙상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으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이 망인의 사용자로서 과중한 업무 부담을 경감하지 않고, 열악한 근무 환경을 방치하여 망인이 급성 심장사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안전배려의무를 소홀히 한 명백한 위반 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4. 별정우체국법 관련 규정:
5.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와 손해배상액 공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시 유족에게 지급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는 민사상 손해배상액 산정 시 공제 대상이 됩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9. 5. 21. 선고 2008다13104 판결)에 따라 '각 공동상속인의 상속분 비율로 상속한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을 한도로 공제'해야 하며,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에서도 원고 1의 일실수입 상속분에서 유족보상일시금이 공제되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