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부정 의혹 감리 중 가입한 회사 배상 책임 보험금 청구 사건

전선, 전기기기 제조 및 판매 회사인 원고 A 주식회사가 피고 B 주식회사와 회사·임원 배상 책임 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보험 계약 체결 전 금융감독원의 혐의 감리 개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감리 결과에 따른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및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자, 원고는 피고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보험 계약 체결 시 중요한 사항을 알릴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보험 계약이 해지되었거나 착오로 취소되었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혐의 감리 개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설령 피고의 해지권 행사가 제척기간을 넘겼다 하더라도 원고가 보험금 청구를 이례적으로 장기간 지연시킨 점을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전선 및 전기기기 제조와 판매를 하는 법인으로, 금융감독원의 혐의 감리를 받았습니다.
• 피고 B 주식회사: 보험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원고 A 주식회사와 회사·임원 배상 책임 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C 주식회사: 원고 A 주식회사가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로, 이 채권과 관련한 회계 처리가 문제되었습니다.
• I: 원고 A 주식회사의 전 대표이사로, 관련 형사 소송의 피고인이었습니다.
• E, K: 원고 A 주식회사의 임원으로, 관련 민사 소송의 방어 비용 선급을 요청한 당사자들이었습니다.
•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감독원: 원고 A 주식회사에 대한 혐의 감리를 개시하고,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 원고 A 주식회사의 주주 등: 원고 A 주식회사의 회계 처리 문제로 주가 하락 등의 손해를 입었다며 원고와 그 임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 A 주식회사는 2014년 4월 3일 피고 B 주식회사와 회사·임원 배상 책임 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은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를 상대로 제기된 배상청구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보험 계약 체결 전인 2014년 2월 10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감독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2012년 회계연도 연결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 등에 대한 혐의 감리를 개시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지했습니다. 원고는 보험 가입을 위한 질문서에 '손해배상청구에 영향을 미칠 행위, 과실, 해태 등에 관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습니다. 2014년 12월 3일, 증권선물위원회는 감리 결과에 따라 원고 A 주식회사가 2011년 및 2012년 재무제표 작성 시 채권 관련 회계 처리를 부당하게 하여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했다고 지적하며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의결했습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원고에게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원고와 담당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와 그 대표이사는 외부감사법위반 및 자본시장법위반죄로 형사 소송을 겪었으나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한 원고는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에 대해 행정 소송을 제기하여 과징금 처분이 전부 취소되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주주들은 원고의 재무제표 문제로 주가가 하락했다며 원고와 임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대부분의 소송에서 원고는 주주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받아 총 약 123억 원 이상의 판결금을 지급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이 모든 관련 소송에 대한 방어 비용과 민사 소송 판결금에 대해 피고 B 주식회사에 보험금 약 139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는 원고가 보험 계약 체결 시 혐의 감리 개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보험 계약이 해지되었거나 착오로 취소되었으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A 주식회사가 보험 계약 체결 전 금융감독원의 혐의 감리 개시 사실을 피고 B 주식회사에 알리지 않은 것이 보험계약자의 중요한 사항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B 주식회사의 보험 계약 해지권 행사가 상법상 정해진 제척기간(보험자가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을 도과하였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설령 제척기간을 도과했더라도 원고의 보험금 청구 지연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가 착오에 빠져 보험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민법상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피고 B 주식회사가 원고 A 주식회사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 계약을 해지했거나 착오를 이유로 취소했으므로, 해당 보험 계약은 유효하게 존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1. 고지의무 위반 인정: 원고 A 주식회사는 금융감독원의 혐의 감리 개시 사실을 통지받았음에도, 보험 가입 질문서에 '손해배상청구에 영향을 미칠 사항을 알지 못한다'고 기재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 혐의 감리는 위반 혐의가 사전에 포착된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위반 사항 적발 및 그에 따른 배상 청구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
   • 실제로 감리 결과에 따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이어졌다는 점.
   • 원고가 보험 계약 체결 전 방어 비용 보상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한 것은 혐의 감리에 따른 분쟁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2. 해지권 제척기간 도과 주장에 대한 판단: 비록 피고의 해지권 행사가 보험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졌지만, 원고의 제척기간 도과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원고가 혐의 감리 개시 사실이라는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점.
   • 피고가 해당 사실을 알았더라면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 원고가 관련 소송 착수금을 지출하고도 약 6년이 지나서야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는 등 보험금 청구를 이례적으로 장기간 지연시킨 점.
   • 원고가 과거 여러 차례 보험 계약 경험이 있고 법무팀까지 갖추었음에도 보험금 청구를 지연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3. 착오로 인한 취소 인정 (예비적 판단)​: 금융감독원의 혐의 감리 착수 여부는 보험 사고 발생 가능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이며, 원고가 이를 알리지 않아 피고가 착오에 빠진 것은 법률 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따라서 피고는 착오를 이유로 보험 계약 체결 의사 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며, 준비서면 송달로써 이 사건 보험 계약은 취소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보험 계약이 고지의무 위반으로 적법하게 해지되었거나, 피고 B 주식회사의 착오를 이유로 적법하게 취소되었으므로, 해당 보험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보험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이는 보험 계약 체결 시 계약자의 고지의무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반하거나 보험금 청구를 장기간 지연할 경우 보험 계약의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법 제651조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
   • 이 법 조항은 보험 계약 체결 당시 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거나 허위로 알렸을 때,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란 보험사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보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사항을 의미합니다.
   •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가 혐의 감리 개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보험 사고 발생 위험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이며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다만 보험사의 해지권은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2. 상법 제651조의2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의 중요성 추정)​
   • 보험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예: 보험 청약서 질문)은 보험 계약에 있어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됩니다.
   • 원고 A 주식회사가 보험 가입 질문서에 '손해배상청구에 영향을 미칠 행위 등을 알지 못한다'고 답한 부분이 이 조항에 따라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었습니다.
3.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
   •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의 해지권 행사가 상법상 제척기간 3년을 도과했지만, 원고 A 주식회사가 보험금 청구를 이례적으로 장기간 지연시킨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제척기간 도과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4.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 관련 법리
   • 동기의 착오가 법률 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법률 행위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 특히 동기가 상대방에 의해 제공되었거나 유발된 경우에 그러합니다.
   •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가 혐의 감리 착수 사실을 알리지 않아 피고 B 주식회사가 착오에 빠져 보험 계약을 체결한 것이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5.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법)​
   • 제429조 제1항, 제3항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 이 사건의 기초가 된 원고 A 주식회사의 회계 기준 위반 및 그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의 근거가 된 법률입니다.
   • 제125조 제1항, 제162조 제1항 (허위 보고서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원고 A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허위 재무제표 공시 등으로 인한 주가 하락 손해를 이유로 제기한 민사 소송의 근거가 된 조항입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철저한 고지의무 이행: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는 보험 가입 이전에 발생했거나 진행 중인 모든 중요한 사실, 특히 보험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사항(예: 금융 당국의 감리, 수사, 조사 개시 등)을 보험사에 명확하고 정확하게 알려야 합니다.
   • 질문서에 '무(None)'라고 답할 때는 실제로 그러한 사실이 없음을 확실히 확인해야 합니다.
   • 일반적인 감사와 달리 '혐의 감리'와 같이 특정 혐의를 전제로 한 조사는 더욱 중요한 고지 사항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2. 고지의무 위반의 심각성 인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3. 보험금 청구 시기: 보험 사고 발생이나 관련 비용 지출 후에는 보험 약관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합리적인 기간 내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사건처럼 수년이 지나서야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보험사의 해지권 제척기간 도과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보험 계약 약관의 상세한 확인: 보험 가입 전 약관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특히 보상 범위, 면책 조항, 고지의무 사항, 청구 절차 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회계 부정 관련 사안의 경우, 고의적인 법령 위반이나 범죄 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5. 사건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잠재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예상되는 경우, 보험사에 즉시 통보하고 방어 비용 지출 등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보험 약관에 방어 비용에 대한 사전 서면 동의 절차 등이 명시되어 있다면 이를 준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