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이 사건은 라스베이거스 대규모 복합 리조트 개발 사업에 투자했던 여러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투자금을 판매했던 증권사들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채무 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의 특수한 절차인 'DIL(Debt-In-Lieu)' 조항과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기망당했거나 착오에 빠져 투자했으며, 증권사들이 자본시장법상의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DIL 조항이 일반적인 경매 절차와 비교했을 때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달라지게 한다고 보기 어렵고, 담보 부동산의 시장 가치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결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모두 전문 투자자로서 스스로 투자 위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며, 증권사들이 기망행위를 했거나 원고들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 68층 규모의 호텔 등 대규모 복합 리조트를 개발하는 'P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여러 특수목적회사(SPC)들이 설립되었고, 이 SPC들은 선순위 모기지론과 중순위 메자닌론을 실행 받는 복잡한 금융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증권사들을 통해 이 개발 사업과 관련된 중순위 대출 채권(메자닌 대출 채권)을 실질적인 투자 대상으로 하는 사모 부동산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하거나, 직접 대출 채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총 수천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당시 사업은 공정률 약 75%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4월경 공사가 중단되고, 2020년 5월 9일에는 선순위 대출 원리금 미지급으로 'EOD(Event of Default, 채무 불이행)'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만기 연장에도 불구하고 2020년 11월 10일 최종적으로 모든 대출에 EOD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선순위 대주들은 일반적인 경매 절차 대신 'DIL(Debt-In-Lieu)' 관련 조항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했습니다. DIL은 채무 불이행 시 채권 변제에 갈음하여 채권자가 담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중순위 대주들은 선순위 대출 채권 매입 기회를 얻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포기했고, 결국 DIL이 실행되어 원고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증권사들이 DIL 조항의 존재와 그로 인한 치명적인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자신들이 기망당하거나 착오에 빠졌으며, 이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므로 투자금을 반환하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DIL이 실행되면 부동산과 메자닌 대출의 관계가 단절되어 담보 가치를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점과 낮은 LTV(담보인정비율)만 강조하여 안정적인 투자로 오인하게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반면 피고 증권사들은 자신들은 중개 역할을 했을 뿐이며, DIL 조항은 일반적인 담보권 실행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원고들은 전문 투자자로서 스스로 투자 위험을 이해할 능력이 있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사태로 인한 부동산 가치 하락이 손실의 주된 원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피고 증권사 자신들도 이 프로젝트에 거액을 투자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 투자 상품을 판매하면서 'DIL(Debt-In-Lieu)' 조항 및 그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 또는 착오를 유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DIL 조항의 존재가 투자 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DIL이 실행되었을 때 일반적인 경매 절차와 비교하여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유의미한 차이를 발생시키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전문 투자자인 원고들에게도 피고 증권사들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 의무(신의성실 의무, 설명 의무 등)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공제조합 등의 피고 H증권에 대한 청구 및 원고 F 주식회사의 피고 I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DIL 조항은 담보 부동산의 가치가 선순위 채권액보다 낮아진 경우, 일반 경매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메자닌 대주(후순위 대출 채권자)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DIL이 실행된 경우와 메자닌 대주의 원금 회수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메자닌 대주의 원금 회수 가능성은 담보 부동산의 시장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피고들이 '고의'로 원고들을 기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착오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착오가 설령 있었다고 해도 이는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이 모두 전문 투자자로서 투자 위험을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피고 증권사들이 자본시장법상 신의성실 의무나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전문 투자자에게는 금융투자업자의 설명 의무 범위와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들이 제공한 다양한 자료와 원고들의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할 때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취소): 법률행위의 내용에 착오가 있었고, 그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동기의 착오는 그 동기가 계약 내용으로 표시되었을 때만 중요 부분의 착오로 인정됩니다. 또한 표의자(투자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취소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전문 투자자라는 점을 고려하여 착오 주장을 엄격하게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기망행위'와 '고의'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피고 증권사들이 고의로 원고들을 기망했다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법) 제37조 (신의성실의무): 금융투자업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투자자에게 투자 상품의 수익 구조와 위험 요인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돕는 '투자자 보호 의무'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의무의 범위와 정도는 투자 상품의 특성, 위험도, 투자자의 투자 경험 및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 투자자의 경우, 일반 투자자에 비해 금융투자업자의 설명 의무 부담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구 자본시장법 제71조 (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금융투자업자는 투자자 보호를 저해하거나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원고들은 DIL 조항의 미고지가 이 조항 위반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DIL 조항이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투자 상황에 놓였을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투자 상품 구조의 이해: 해외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특히 선순위 및 중순위 메자닌 대출과 같이 여러 층위의 복잡한 금융 구조를 가진 상품에 투자할 때는 각 층위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채무 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 절차를 철저히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담보'나 '낮은 LTV'와 같은 지표만 보고 안정성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특수 담보권 실행 절차의 확인: 일반적인 경매 절차 외에 'DIL(Debt-In-Lieu)'과 같이 특수한 담보권 실행 절차가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그러한 절차가 발생할 경우 투자금 회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이러한 특수 조항이 일반적인 절차보다 투자자에게 불리한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 투자자' 지위의 책임감: 자신을 '전문 투자자'로 간주하거나 등록한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받는 정보의 양과 질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률적으로도 전문 투자자에게는 일반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일부 투자자 보호 의무(설명 의무 등)가 배제될 수 있으므로, 스스로 더욱 높은 수준의 주의와 심층적인 조사를 기울여야 합니다. 단순히 제공된 자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독립적인 검토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투자 위험과 수익률의 비례 관계: 목표 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은 그만큼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 합니다. '안정성이 높다'는 식의 표현에 현혹되지 않고, 최악의 시나리오 발생 시 원금 손실 가능성과 그 규모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LTV(담보인정비율)의 정확한 이해: 부동산 개발 사업 투자에서 LTV를 평가할 때는 해당 LTV가 '개발 완료 시 예상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실물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또한, 담보가 '부동산 자체'에 설정된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소유 법인의 지분'에 설정된 것인지에 따라 채권 회수 방식과 위험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외부 경제 상황 변화의 영향 고려: 팬데믹과 같은 예상치 못한 경제적 충격이 부동산 시장과 개발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