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원고 A는 피보험자인 누나 망 C의 상해사망보험을 피고 B 주식회사와 체결했습니다. 망 C는 우울증과 치매를 앓던 중 큰 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하여 사망했습니다.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므로 피고 보험사가 상해사망보험금 5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니며 약관상 면책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오랜 시간 우울증과 치매를 앓아오던 망인이 큰 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투신한 것이므로, 이를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보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망인의 자살이 고의적인 행위였으므로 보험금 지급 약관의 면책 사유에 해당하거나, 설령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 상태였다면 보험계약 자체가 상법 제732조 및 약관 제4조에 의해 무효가 된다고 맞섰습니다.
망인의 사망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인 상해사망에 해당하는지,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사의 면책 사유가 적용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피보험자의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한 고의적인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으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투신에 사용할 플라스틱 의자를 미리 검은 비닐로 싸 준비하고, 자신의 주거지인 8층이 아닌 15층으로 스스로 이동하여 의자를 밟고 창문을 통해 뛰어내린 점, 엘리베이터 CCTV 영상에서 비교적 차분한 심리 상태를 보인 점, 평소 우울증을 앓았으나 주기적 상담과 약 복용으로 대처해왔으며 상담 중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했던 점, 큰 딸 사망 후 약 한 달 뒤에 투신 자살을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에 망인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고의로 투신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아, 이는 보험금 지급 사유인 '상해사망'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관상 면책 사유인 '고의적인 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법 제732조(타인의 생명보험)는 15세 미만자,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되는 경우 의사능력이 있다면 계약은 유효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본 사건에서 피고가 망인의 상태가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에 해당한다면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보험사고의 '우연성' 및 '외래성'은 보험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중요한 요건으로,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고의가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사망이 외인성 사고로 인한 것임을 주장하는 보험금 청구자에게는 이러한 사고의 우연성, 외래성 및 상해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보험자의 '면책사유 입증 책임'에 따르면 보험계약 약관에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때,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이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 즉 피보험자의 자살이 고의적이었음을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이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의 행동 패턴과 준비성 등을 종합하여 고의성을 인정했습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피보험자의 사망 시, 사망 원인이 고의적인 자해인지 아니면 심신상실 등으로 인한 우발적인 사고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보험금 청구자는 사망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임을 입증해야 하며, 보험회사가 자살을 주장하며 면책을 주장할 경우 보험회사는 '고의적인 자해'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은 자살 여부를 판단할 때 유서와 같은 객관적인 물증뿐만 아니라 망인의 건강 상태, 평소 행동, 자해 행위의 시기, 장소, 방법, 준비 과정 등 전반적인 주위 정황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정신 질환자의 경우에도 그 증상과 심각성, 평소 대처 방식, 가족의 돌봄 여부, 사망 직전의 심리 상태 변화 등이 고의성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 사례에서는 망인이 자살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의도를 가지고 자택이 아닌 다른 층까지 이동한 점 등이 고의성의 증거로 인정되었습니다. 보험 가입 시에는 정신 질환 병력 등을 보험사에 정확하게 고지하고 약관의 면책 조항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