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피해자 B의 남편 C과 같은 배달대행 회사에서 일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2023년 1월 25일, A는 B의 남편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해주겠다며 B를 만나 술을 마셨습니다. 술자리를 옮겨 계속 술을 마시던 중, A는 B에게 "남편이랑 싸웠으니 집에 가지 말고 모텔로 가서 술을 마시며 계속 이야기를 하자. 너는 모텔에서 자면 되고 나는 집에 가겠다"고 제안하여 모텔 객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객실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A가 B를 침대에 눕게 한 후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배와 가슴을 만지고, B가 뿌리치자 가슴을 주무르며, 이후 성기 부위를 만지고 바지 안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지다가 성기에 손가락을 2회 넣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 부부는 배달대행 회사에서 함께 일하며 친분이 있던 사이였습니다. 피해자가 남편에 대한 고민을 피고인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술자리가 이어졌고, 결국 모텔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고인은 동의하에 스킨십이 있었을 뿐, 강제적인 유사강간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기 삽입을 포함한 유사강간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A가 피해자 B의 의사에 반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기에 손가락을 삽입하는 유사강간 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피해자 B의 진술 신빙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 등 과학적 증거의 증명력, 그리고 유사강간죄 성립에 필요한 폭행의 정도가 있었는지 등이 중요한 쟁점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기습적으로 피해자의 성기에 손가락을 2회 넣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해자의 법정 진술이 피고인이 몇 차례 성기 내부에 손가락을 넣었는지, 그 시간은 어느 정도였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 없이 추상적이었고, 유사강간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태양을 판별하기에 부족했습니다. 둘째,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손가락을 성기에 삽입하고 흔들었다고 진술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정 결과 피해자의 외음부, 질, 자궁경부에서는 피고인의 DNA형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과 상충되어 합리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객관적인 사정이었습니다. 셋째, 피해자의 목, 귀, 배, 팬티, 엉덩이, 생리대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기는 했으나, 피고인도 일부 스킨십은 인정했으므로 이 DNA 감정 결과만으로 유사강간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피해자가 당시 생리 기간 중이었고 생리량이 많았다고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직후 촬영된 현장 사진에는 침대에 생리혈이 전혀 묻어 있지 않았고, 피해자의 옷에서도 생리혈이 발견되었다는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정 또한 성기 삽입 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사강간죄의 폭행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하는데,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유사강간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기습적으로 이루어졌거나 피해자가 항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행이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성인지적 관점과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2. 과학적 증거의 증명력: 유전자 감정이나 혈액형 검사 등 과학적 증거 방법은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그 추론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무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관이 사실 인정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충분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지닌 감정인이 표준적인 검사 기법을 활용하여 감정을 실행하고 그 결과 분석이 적정한 절차를 통해 수행되었음이 인정되는 DNA 분석 결과는 높은 신뢰성을 지닙니다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등 참조). 3. 유사강간죄의 폭행: 유사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만으로는 이러한 폭행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4.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5. 형법 제58조 제2항 (무죄판결 공시):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 피고인의 청구나 동의가 있다면 판결 공시의 취지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그러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다른 객관적 증거, 예를 들어 유전자 감정 결과나 현장 증거 등과 일치하는지, 그리고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구체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유전자 감정 결과와 같은 과학적 증거는 높은 신뢰성을 가지므로,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 내용과 과학적 증거가 서로 모순되거나 상충될 경우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유사강간죄의 폭행은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거나 저항하기 매우 어려운 정도여야 합니다. 이 경우, 단순히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폭행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가해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의 저항 여부, 가해자의 유형력 행사 정도 등이 중요하게 판단됩니다. 개인적인 고민 상담이나 친목을 위한 술자리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특히 밀폐된 공간이나 낯선 장소로 자리를 옮기는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판단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