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에게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한 해고처분 무효 판결

한국고전번역원의 직원 A씨는 동료 B씨의 손목을 잡고 사적인 발언을 한 행위로 인해 성희롱으로 인정되어 해고되었습니다. A씨는 해고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징계 수위가 과도하여 징계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해 해고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2017년부터 한국고전번역원의 정규직 출판콘텐츠실 직원으로 근무한 사람입니다.
• 피고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문헌 관련 업무를 하는 교육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 원고 A의 고용주입니다.
• 피해자 B: 원고 A와 같은 출판콘텐츠실에서 계약직 행정원으로 근무하며 원고 A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분쟁 상황

2020년 12월 29일 새벽 3시경 회식 후 귀가하던 중 원고 A는 피해자 B의 코트 위 왼쪽 손목을 잡고 “선생님이 신경이 쓰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원고 A는 B씨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고 B씨는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 바라고 다음주에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답장은 보내지 마세요”라고 답장했습니다. 2021년 1월 27일 원고 A가 사내 메신저로 업무 관련 메시지를 보내자 B씨는 이에 항의하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고 이후 B씨는 A씨에게 이성적 관계를 원하지 않으며 업무적으로만 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2021년 1월경부터 B씨는 우울증과 불안 증세로 진료를 받았으며 입원 치료를 권고받기도 했습니다. 2021년 3월 2일 B씨는 피고 기관에 원고 A를 성희롱으로 고충 신고했고 피고 기관은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거쳐 2021년 4월 9일 A씨에게 해임 처분을 의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의 징계 처분이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 (징계 사유 미고지 및 방어권 침해 여부).
2. 원고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3. 해고 처분의 징계 양정이 원고의 비위 사실에 비하여 적정한지 여부 (징계 재량권 남용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한국고전번역원이 원고 A에게 내린 2021년 4월 9일자 해임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 A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징계 절차에 중대한 하자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비위 사실 내용과 정도에 비추어 볼 때 해고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로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징계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의 서면 통지)​: 이 조항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명확히 통지해야 효력이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는 근로자가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본 사안에서는 징계의결서에 징계 사유가 축약되어 있었지만 원고가 이미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주어졌으므로 절차상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성희롱의 정의)​: 이 법령들은 성희롱을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언동이나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성적 동기나 의도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객관적으로 일반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면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원고의 손목 접촉 및 발언은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행위로 판단될 수 있어 성희롱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징계 재량권 남용 금지 원칙: 징계권자가 근로자에게 징계 처분을 내릴 때 그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만 위법하다고 봅니다. 이는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해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됩니다. 본 사안에서는 원고의 성희롱 행위가 비록 부적절했으나 그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일회성에 그쳤으며 원고가 즉시 사과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해고 처분은 과도한 징계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성희롱 판단 기준: 성적 동기나 의도가 없었더라도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였다면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행한 언동은 권력 관계가 작용하여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 징계 양정의 적정성: 징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그 징계 수위가 행위의 심각성, 반복성, 피해 정도, 행위자의 반성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과도하다면 징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초기 대응 및 사과: 부적절한 언행 이후 즉각적인 사과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하거나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단순히 사과를 넘어 적극적인 분리 조치나 관계 개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해명 과정에서 피해자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은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칠 수 있습니다.
• 내부 규정의 중요성: 회사의 징계 규정은 징계 양정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규정에서 정한 기준을 현저히 벗어나는 징계는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피해자 보호 조치: 성희롱 발생 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경감하고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분리 조치 및 상담 지원 등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피해자의 정신과 진료 기록이나 주변 동료들의 진술 등은 피해자가 겪은 고통의 심각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