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노동
서울의 한 요양원에서 휠체어에 앉아있던 89세 노인 피해자가 물건을 잡으려다 넘어져 대퇴골 골절상을 입었다는 사건입니다. 요양원 시설장과 요양보호사는 피해자에게 안전벨트 등 안전 조치를 하지 않고 자리를 비워 낙상사고를 유발한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판결(각 금고 6월, 집행유예 1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 변경과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검토한 결과, 낙상사고로 인한 상해 발생 여부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89세의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를 앓던 노인 피해자가 요양원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혼자 물건을 잡으려다 앞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 자녀의 면회 준비 중 요양보호사 B가 피해자를 휠체어에 앉힌 채 잠시 자리를 비웠고, 이 과정에서 안전벨트 등의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요양원 시설장 A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낙상 예방 교육 및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피해자는 이 사고로 왼쪽 대퇴골 부위에 금이 가는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시설장과 요양보호사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고소가 이루어졌습니다.
요양보호사와 시설장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낙상사고를 유발했는지 여부와, 해당 낙상사고로 피해자가 왼쪽 대퇴골 부위에 금이 가는 상해를 입었는지, 즉 상해와 사고 간의 인과관계가 증명되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공소사실이 변경되었음을 직권으로 확인하고, 피고인 B(요양보호사)의 경우, 피해자가 휠체어에서 움직일 것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근거리에서 살피거나 안전벨트 착용 등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피고인 A(시설장)의 경우, 요양보호사들에게 낙상 방지를 위한 교육 및 지도·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가장 중요한 쟁점인 '상해 발생 여부 및 인과관계'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낙상사고로 피해자에게 왼쪽 다리 대퇴골 부위에 금이 가는 상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사고 직후 X-ray 검사 결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 의료자문 등의 증거는 피해자의 대퇴골 골절이 사고 당일 발생한 급성 손상이라기보다는 2016년 수술 부위가 유합되지 못한 오래된 골절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업무상 과실은 인정될 수 있으나, 그 과실로 인해 공소사실에 기재된 상해가 발생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들의 행위에 업무상 과실이 있었을 수 있으나, 공소사실에 명시된 상해가 해당 낙상사고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상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성립 요건과 '무죄 추정의 원칙'이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상죄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 (항소심과 파기 자판): 항소법원은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공소장 변경으로 인해 심판 대상이 변경되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판결을 내린 절차적 근거가 됩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무죄 판결 공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할 때에 피고인의 신청이 있으면 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판결에서도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고령 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돌보는 요양 시설에서는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안전 수칙 마련이 중요합니다. 휠체어 이용 시에는 바퀴 잠금장치뿐만 아니라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시키고, 환자가 스스로 움직이려 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근거리에서 상시 관찰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시설장은 요양보호사들에게 낙상 예방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교육 내용과 참석 여부를 명확히 기록하며, 실제 현장에서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합니다. 특히 새로운 직원이 입사할 경우, 신규 직원 교육에 낙상 예방 관련 내용을 상세히 포함하고 그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고 발생 시 환자에게 발생한 상해가 해당 사고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질병이나 노화 등으로 인한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의료 기록 및 진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건처럼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상해와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으면 법적인 책임(형사상 과실치상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