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교통사고/도주
운전자 A가 운전 중 앞차를 들이받은 후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 1,200만 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사고 발생 및 피해자의 상해를 인식했음을 증명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에 포함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는 피고인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2023년 2월 10일 오후 2시 15분경, 피고인 A는 서울 경인고속도로 3차로를 운전하던 중 전방에서 일시 정차한 피해자 B 운전의 아반떼 차량 뒷부분을 자신의 아반떼 차량 앞부분으로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자 B는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 5번 천추 1번간 추간판 탈출증을, 피해자 C는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 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으며, 피해 차량에는 723,689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피고인은 차에서 내려 양 차량을 확인했으나 특별한 파손 흔적을 찾지 못했고 피해 차량 탑승자들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가 없었다고 생각한 채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이 사고를 인지하고도 도주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운전자가 사고 발생 사실과 이로 인한 피해자의 상해 또는 차량 손괴를 명확히 인지했는지 여부 그리고 현장을 이탈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은 급제동 시 발생한 ABS 작동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충돌을 인식하지 못했고 충돌 흔적도 경미해 사고가 없었다고 주장한 반면, 검사와 원심은 충격 정도가 상당하여 사고를 인지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에 포함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는 피고인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사고 발생 사실 및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도주하거나 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의 급브레이크 작동 시 ABS 소음과 진동이 충돌 인식을 방해했을 가능성,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미한 파손 정도, 사고 직후 피고인의 통화 내용 및 행동, 그리고 피고인에게 도주할 만한 특별한 동기가 없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는 피고인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공소제기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도주치상): 이 법 조항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가중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이탈했는가입니다. 운전자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이 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즉, 고의성이 핵심입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 및 제54조 제1항 (사고후미조치):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제148조에 따라 처벌됩니다. 이 죄 역시 운전자가 사람의 사상이나 물건의 손괴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음을 전제하는 고의범이므로, 사고 발생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사고후미조치죄 역시 성립하지 않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및 제4조 제1항 (치상): 이 법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상죄의 특례)입니다. 그러나 제4조 제1항에 따라 운전자가 자동차종합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다면, 사망사고나 12대 중과실 사고를 제외하고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므로, 도주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형사재판에서의 증명책임: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범죄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만약 증거가 불충분하여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운전자가 사고 발생을 명확히 인지했는지 여부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상)이나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죄 성립의 핵심 요소입니다. 운전 중 다른 차량과 접촉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설령 경미하게 느껴지더라도 반드시 차량을 세워 직접 내려 양 차량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대방 운전자나 탑승자와 대화를 통해 사고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 유무와 관계없이 상대방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나 주변 CCTV 영상 등은 사고 당시 상황, 충격 정도, 운전자의 행동 및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의 통화 내용 등 자신의 행동은 운전자의 사고 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대화나 행동을 명확히 기억하고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사망사고나 12대 중과실 사고가 아니라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차량 보험 가입 여부 및 보장 내용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