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서울 강남구 D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갱폼 케이지 틀을 보수하던 원고 A가 용접부 파단으로 추락하여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원고는 원청인 주식회사 B과 하청인 C 주식회사를 상대로 민법상 도급인 책임, 사용자 책임, 공작물 책임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책임을 주장하며 총 288,533,413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들에게 법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2021년 7월 13일 서울 강남구 소재 D아파트 건설현장의 건물 10층에서 난간 설치 작업을 위해 갱폼 케이지 틀을 보수하던 중, 갱폼 케이지 수직부재 용접부가 파단되면서 9층으로 추락하여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원고는 사고 이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와 요양급여를 지급받았지만, 더 나아가 원청사인 주식회사 B과 갱폼 제작·납품 업체인 C 주식회사에 대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원고의 사고에 대해 원청인 피고 B에게 민법 제757조에 따른 도급인 책임 또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이 있는지, 하청인 피고 C이 원고의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하여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는지, 나아가 피고들 모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책임이나 민법 제758조에 따른 공작물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B과 C 주식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B에게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한 중대한 과실이 있거나 갱폼 조립작업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여 사용자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C이 원고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증거도 부족하며, 사고 후 산재 처리를 위해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실제 고용 관계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이거나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민법상의 책임과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 책임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757조 (도급인의 책임): 이 조항은 도급인이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책임이 인정됩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적인 주의를 훨씬 넘어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하며, 법원은 피고 B에게 이러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 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도급인이 수급인의 일의 진행과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한 경우,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르지 않으므로 도급인에게 사용자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지휘·감독은 현장에서 구체적인 공사의 운영과 시행을 직접 지시·지도하고 감시·독려함으로써 시공 자체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며, 법원은 피고 B이 갱폼 조립작업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C이 원고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실제 고용 관계가 E에 있었고 근로계약서가 산재처리를 위해 사후 작성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758조 (공작물 등의 점유자, 소유자의 책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소유자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갱폼 케이지 틀을 보수하던 중 발생했으며, 법원은 피고들의 책임 하에 있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책임: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부여합니다. 이 의무는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B이 원고의 사용자가 아닌 점, 피고 C이 원고의 사용자가 아닌 점을 고려할 때, 피고들이 원고의 작업을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여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이 책임도 부정되었습니다.
비슷한 건설현장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도급 계약 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도급인이 수급인의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고 발생 시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중대한 과실'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 의무 결여 상태를 의미하며 입증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도급인이 수급인의 작업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여 실질적인 사용자 관계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때 사용자 책임이 인정됩니다. 단순히 현장에 직원을 상주시켰다는 사실만으로는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실제 작업 지시 내용과 방식에 대한 명확한 증거 확보가 중요합니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실제 고용 관계를 정확히 반영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후 산재 처리를 목적으로 소급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 실제 사용자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손해배상 청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급여 지급 주체와 방식 등도 실제 고용 관계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안전 의무는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할 때 적용됩니다. 하도급 관계에서는 누가 최종적인 사업주로서 해당 작업자의 안전을 책임지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공작물 책임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정됩니다. 작업 중 발생한 사고가 공작물 자체의 하자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작업 방식이나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한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여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