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 A와 B는 피고 D 및 E와 중간관리 거래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 매장에서 의류를 판매했습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피고들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들과 '중간관리 거래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 내 매장에서 피고들의 의류 제품을 판매하며 판매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피고들의 지휘 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므로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들은 원고들이 독립된 사업자로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중간관리 계약을 맺고 백화점 매장에서 특정 브랜드 의류를 판매한 판매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그에 따른 퇴직금 지급 의무 발생 여부
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종속 관계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원고들의 업무가 계약에 명시되어 있었고 백화점 위탁판매 및 의류 제품 특성상 피고들의 관여가 불가피한 면이 있었으며, 판매 실적에 따른 수수료가 지급되고 고정급은 예외적으로 지급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매장 인테리어 비용, 사무용품비, 통신비, 수선비, 아르바이트비 등 매장 운영 경비를 직접 부담하고 하위 판매원을 직접 채용한 점, 피고들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고 겸업이 가능한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들이 피고들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본 사건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예: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는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계약의 형식보다는 그 실질에 주목하며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여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이러한 법리가 적용되어 원고들이 제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기준에 부합하는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계약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 내용에 대한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여부, 취업규칙 적용 여부, 근무 시간 및 장소 지정 구속성, 비품 소유 및 제3자 고용 가능성, 사업 위험 부담 여부, 보수의 성격, 전속성 등 여러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집니다. 백화점 위탁판매와 같은 특정 영업 형태에서는 매장의 통일적 운영을 위해 근무 장소 및 시간 지정, 출퇴근 및 휴무 관리, 상품 진열 및 행사 진행 등에 대한 본사의 관여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여가 단순히 매장 운영의 통일성과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핵심 요소인 '종속적인 지휘·감독'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판매 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로 지급되는 수수료 방식, 매장 운영에 수반되는 경비(인테리어 비용, 아르바이트 급여 등)를 판매원이 스스로 부담하는 경우, 하위 판매원을 직접 채용하는 경우, 겸업이 가능한 경우 등은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성격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직영 매장에서 근무하다가 판매대행 방식으로 전환된 경우에도, 전환 이후 실제 업무 내용이나 관계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과거의 근로자성이 그대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