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근로자들이 회사의 퇴직금 지급 규정 변경(누진제에서 단수제로)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불리하게 이루어져 무효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1심에서는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항소심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와 회사 경영 형태를 고려하여 변경된 퇴직금 규정이 유효하다고 판단, 근로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회사(주식회사 O)는 국내 본사 및 건설현장 근로자들에게는 누진제 퇴직금 규정을, 해외 건설현장 근로자들에게는 단수제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는 이원적인 퇴직금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1981년 4월 1일, 피고 회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국내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누진제 퇴직금 규정을 단수제로 하향 변경했으며, 다만 1981년 3월 31일까지의 근속 기간에 대해서는 종전 지급율을 적용하는 경과 규정을 두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퇴직하면서 이 변경된 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수령했지만, 회사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퇴직금 규정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전 근속 기간을 누진제로 계산한 정당한 퇴직금과 수령한 퇴직금 간의 차액을 미지급 퇴직금으로 청구했습니다.
회사가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퇴직금 지급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 유효한지 여부, 특히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및 그 부칙에 따라 변경된 경우 그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1심과 2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회사가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및 그 부칙의 취지에 따라 사업장 내 최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던 퇴직금 제도에 맞춰 퇴직금 지급율을 변경한 것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으로 보았고, 해외 건설현장의 근로자가 최다수 근로자였으므로, 이들에게 적용되던 단수제 퇴직금규정으로 변경한 것은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조치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비록 근로자 동의를 얻지 않았더라도, 법 규정에 따른 변경은 효력이 있다고 결론 내리며 원고들의 미지급 퇴직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본 사건에는 다음의 법률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취업규칙(퇴직금 규정 포함)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며 동의가 없으면 해당 변경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령 개정으로 인해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록 근로자에게 불리하더라도 법의 취지에 따라 변경된 것이라면 유효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과 같이 하나의 사업 내에서 차등적인 제도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면, 이에 맞추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 각 사업장이 별개의 사업인지 아니면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인지에 따라 법률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국내외 사업장이 '하나의 사업'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취업규칙 변경 시 기존 근로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경과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으므로, 변경 내용뿐 아니라 경과 규정의 유무와 내용도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