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전환 직원들의 호봉 산정 불만 제기 사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이 노동조합과 회사 간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른 호봉 산정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존 근무기간과 학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다른 정규직 직원들보다 낮은 호봉을 부여받았고, 이로 인해 임금이 과소 지급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원들은 단체협약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거나, 취업규칙 위반, 또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항소인) [E 외 14명]: A공사에서 무기계약직(일반직(다) 직군)으로 근무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15명의 직원들입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시 적용된 호봉이 자신들의 기존 경력과 학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추가 임금 지급과 호봉 재산정을 요구했습니다.
• 피고 (피항소인) A공사: 원고들이 근무하는 공공기관입니다. 2018년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무기계약직 직군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호봉 및 임금체계를 적용했습니다.

분쟁 상황

A공사에서 계약직 또는 무기계약직(일반직(다) 직군)으로 근무하던 직원 15명은 2018년 1월 1일자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전환 과정에서 회사와 노동조합은 '일반직(나)(다) 임금 및 제도개선 협약'을 체결하여 통합된 호봉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전환된 직원들은 이 협약에 따라 부여된 호봉이 자신들이 회사에 입사한 이래 수행해온 업무 기간과 학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동일 시점에 입사한 다른 정규직 직원들보다 약 10호봉에서 20호봉 정도 낮게 책정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낮은 호봉으로 인해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과소 지급받았다며, 기존 근무기간과 학력을 반영한 '적정 호봉'으로 재산정하고, 그에 따른 미지급 임금 중 일부인 각 10,00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본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노동조합과 회사 간 체결된 단체협약이 원고들의 개별 동의 없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단체협약에 따른 호봉 산정 방식이 원고들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그리고 헌법상 차별금지 원칙 위반 여부가 논의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따른 호봉 확인 및 추가 임금 지급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으며, 항소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 이 사건 단체협약은 일반직(다) 직군의 근로조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장래 임금 상승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었으므로, 기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거치지 않았거나,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협약 내용이 이미 발생한 임금을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의 임금에 관한 것이므로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차별 주장과 관련하여, 원고들은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므로 기간제법상 차별금지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차별금지는 조합 활동이나 복지 혜택에 대한 것이므로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헌법 및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 원칙(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금지)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애초에 계약직으로 입사하여 정규직으로 전환된 배경과 일반직(가) 직군 근로자들과의 업무 내용, 권한 및 책임의 차이, 그리고 직군 통합 과정에서의 예산 제약(12억 원 한도 내에서 임금 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들의 기존 근무기간 및 학력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했더라도 이를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단체협약이 유효하며 원고들에 대한 호봉 산정이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사건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논의되고 적용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 단체협약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아니며,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근로기준법 제97조 (근로조건 위반의 금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계약은 무효이며 취업규칙 기준에 따릅니다. 법원은 단체협약이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조항 적용을 배제했습니다.
3.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성별,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호봉 산정이 전환 전 고용 형태, 업무 내용, 예산 제약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4.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차별적 처우 금지):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원고들은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므로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5.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조 (조합원의 균등 대우): 노동조합 조합원은 인종, 종교, 연령, 신체적 조건, 고용형태, 정당 또는 신분에 의해 차별대우를 받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주로 조합 활동이나 복지 혜택에서의 균등 대우를 의미하며, 단체협약으로 정해진 근로조건 자체의 합리성 판단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6. 협약 자치의 원칙: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있으며, 불리한 내용의 협약도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경우가 아닌 한 유효합니다. 개별 근로자의 사전 동의나 수권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7. 기 발생 임금의 처분 제한: 이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이므로, 노동조합이 개별 동의 없이 단체협약만으로 처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호봉 산정은 장래의 임금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단체협약의 효력: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일반적으로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없이도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의 협약은 더욱 유효성이 인정됩니다. 기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라도,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유효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불이익 변경 판단: 근로조건의 변경이 ‘불이익한 변경’인지는 단순히 근로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누리던 권리나 이익이 실질적으로 감소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새로운 제도가 장기적으로는 근로자 전체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한다면, 초기 단계에서 일부 기대와 다르더라도 불이익 변경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호봉 산정의 합리성: 정규직 전환 시 호봉 산정 방식은 전환 전 고용 형태, 기존 업무 내용, 신규 정규직 채용 방식, 회사의 예산 제약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성을 평가합니다. 단순히 전환 전 경력이나 학력을 100%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4. 차별금지 원칙의 적용: 헌법 및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 원칙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합리적인 이유는 업무 내용, 책임, 고용 형태의 전환 과정에서의 특수성, 회사의 경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기간제법’상 차별금지는 ‘기간제근로자’와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 간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 이 법의 직접 적용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5. 노동조합의 정보 제공: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협약 내용과 호봉 부여 방법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노조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려면, 노조의 설명회 개최 여부나 관련 공지 등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반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