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A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채무자)이 2022년 10월 15일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기존에 상가 대표단체로 승인했던 ‘A아파트 통합상가위원회’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고 다른 상가 대표단체의 승인을 취소하는 결의를 한 것에 대해, 통합상가위원회(채권자들)가 해당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신청한 가처분 사건의 항고심입니다. 채권자들은 조합의 결의가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에 위배되고 상가조합원들의 신뢰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조합 총회 결의의 내용이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가처분을 인용할 만큼의 피보전권리나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항고를 기각했습니다.
A아파트 주택재건축사업은 2009년 아파트 소유자만을 조합원으로 하여 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2011년 상가 소유자들도 정비구역에 포함되었고, 상가조합원들은 2015년 '종전 상가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조합은 2016년 이를 상가대표단체로 승인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2020년경 상가조합원 과반수가 종전 상가위원회에서 탈회하고 2021년 초 조합에 승인 취소를 요구했으며, 새로운 'A아파트 통합상가위원회'(채권자 상가위원회)를 설립하여 2022년 4월 조합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한편, 재건축 사업 시공사와 공사비 분쟁으로 2022년 4월 15일 공사가 중단되자, 서울특별시와 강동구 중재로 2022년 8월 11일 조합과 시공사 간 합의안이 도출되었습니다. 이 합의안에는 채권자 상가위원회 승인을 취소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조합은 2022년 10월 15일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합의안을 추인하고, 이전 '종전 상가위원회' 승인 취소 결의를 취소하고, 기존 '통합상가위원회' 승인 및 업무 추인 결의를 취소하는 안건들을 결의했습니다. 채권자들은 이 결의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박탈하고 상가조합원의 이익과 신뢰를 침해한다며 효력 정지를 요구했습니다.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임시총회 결의를 통해 기존 상가 대표단체 승인을 취소하고 다른 단체의 승인 취소를 결정한 것이 법령 또는 정관 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결의 효력을 정지할 만큼의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항고를 모두 기각하며, 항고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는 채무자 조합의 총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채권자들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재판부는 채무자 조합의 총회 결의가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을 위반했다는 채권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합과 상가조합원 간의 약정 위반은 별도의 채무 불이행 책임 문제가 될 수 있을 뿐, 총회 결의 자체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상가 대표단체 지정 또는 취소에 관해 도시정비법이나 조합 정관에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조합 총회 결의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총회 결의가 정지되지 않을 경우 채권자들에게 발생할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소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결의 효력이 정지되면 재건축 사업 공사 중단 등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항고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과 재건축조합의 '정관'에 기반한 분쟁입니다. 도시정비법은 재건축 사업의 절차와 조합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틀을 제공합니다. 특히 '도시정비법 제35조 제3항'은 상가 구분소유자들의 동의율과 같은 사업 진행에 필요한 동의 요건을 규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조합 총회의 결의 효력에 대해 판단할 때 다음 원칙들을 적용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 가처분 절차에서는 위의 신뢰보호 원칙에 대한 판단을 본안에서 섬세하게 심리할 문제로 보았고, 결론적으로 조합의 결의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흠이 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처분 신청에서는 '피보전권리'(보전하려는 권리의 존재)와 '보전의 필요성'(가처분이 필요한 긴급성)을 소명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파트나 상가 재건축, 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에서 조합원들의 권리와 의무, 특히 상가와 같은 특정 구역의 독립적인 운영에 대한 사항은 정관이나 별도 약정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합 총회는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서 자율성을 가지지만, 이러한 자율성도 상위 법령이나 정관, 그리고 신뢰보호의 원칙 등 일반적인 법리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기존에 합의되었던 사항이나 승인된 단체에 대한 변경 결의는 그 절차와 내용이 적법한지, 그리고 기존 조합원들의 정당한 신뢰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다만 법원은 총회 결의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결의의 위법성과 더불어, 가처분을 통해 보전하려는 권리(피보전권리)와 가처분이 내려지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해(보전의 필요성)를 엄격하게 판단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가처분 신청 시에는 공사 중단 등 사업 전체에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하여, 피신청인(조합)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과의 형량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