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질환 고지 없이 가입된 보험의 사망 보험금 지급 사건

피보험자가 정신 질환 이력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한 후 차량 추락으로 사망하자,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 및 자살 의심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건에서, 법원은 고지의무 위반은 인정되지만 사망과 고지의무 위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고 자살로 단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며 보험금 일부 지급을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C: 망인 E의 배우자 및 자녀들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 및 법정상속인들입니다.
• 피고 D 주식회사: 망인 E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입니다.
• 망인 E: 피고 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피보험자로서,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상해사망보험금을 남기고 사망했습니다.

분쟁 상황

망인 E는 2015년 12월 29일 피고 D 주식회사와 피보험자를 망인, 사망 시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상해사망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2007년 2월 23일 최초로 정신과 의원에 내원한 이래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직전인 2015년 12월 14일까지 양극성 정동장애 내지 재발성 우울장애 진단 하에 통원 및 투약 치료를 받아온 사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 계약 당시 청약서의 질문사항에 대한 답변을 '아니오'로 기재하며 정신과 치료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망인은 2016년 9월 28일 집을 나선 후 약 1년 후인 2017년 11월 6일 전남 신안군 압해도 송공항 선착장 앞 해상에서 침수되어 있던 본인 소유 차량 운전석에서 사망한 채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원고들(망인의 배우자 A와 자녀 B, C)은 2018년 3월 20일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18년 5월 16일 원고들에게 망인이 정신 병력을 고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망이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계약 해지를 통지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 5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핵심 쟁점

1. 망인의 차량 추락 사망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히, 망인의 사망이 고의에 의한 자살로 볼 수 있는지와 그 입증책임 문제.
2. 망인이 정신과 치료 이력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것이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는지 여부.
3.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와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사망 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4. 망인이 고의로 정신 병력을 숨겨 보험사를 기망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제1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 A에게 214,285,714원, 원고 B, C에게 각 142,857,142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2018. 9. 11.부터 2020. 6. 18.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1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고지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이라는 점을 보험사가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아, 보험계약은 유효하며 보험사는 보험수익자인 유가족들에게 상해사망보험금 총 5억 원 중 일부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상법 제651조(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해지) 및 제651조의2(중요한 사항의 설명)​: 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는 보험 계약 체결 시 '중요한 사항'을 사실대로 보험사에 알려야 할 의무(고지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이를 위반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거나 허위로 알리면,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청약서에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됩니다. 본 사건에서 망인은 정신과 치료 이력을 고지하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습니다.
2. 상법 제655조 단서(고지의무 위반과 인과관계)​: 고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면 보험사는 계약 해지나 보험금 지급 거절을 할 수 없습니다. 이때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 계약자 측에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망인의 정신과 치료 이력(고지의무 위반)과 차량 추락 사망 사고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3.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제739조(보험자의 면책사유)​: 보험 계약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이때 자살 여부 등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은 보험사에게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4. 보험사고의 우발성 및 외래성 법리: 인보험 계약에서 담보되는 '우발적인 사고'는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고의가 아니어야 하며, '외래의 사고'는 사고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질병, 체질 등)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우발성, 외래성 및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보험금 청구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는 우연성의 측면은 보험사의 면책사유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조화롭게 해석되어,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의한 사고가 명확하지 않다면 일응 '사고의 우연성'이 입증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5.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호(입증책임 전환 금지)​: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지나친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6. 민법 제103조(반사회적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입니다. 보험 계약이 보험금 부정 취득을 목적으로 체결되었다면 이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으나, 본 사건에서는 망인이 단순히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거나 채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험금 편취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보험 가입 시 고지의무의 중요성: 보험 가입자는 보험 계약 체결 시 건강 상태, 병력 등 보험사가 요구하는 중요한 사항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합니다. 비록 나중에 사고와 고지의무 위반 사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더라도, 고지의무 위반 자체는 보험 해지 등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2. 정신과 질환 고지 문제: 양극성 정동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의 치료 이력은 보험 계약 체결에 있어 '중요한 사항'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반드시 고지해야 합니다. 만약 고지하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3. 사망 원인 및 자살 여부 입증 책임: 보험 사고 발생 시, 사고의 '우발성'과 '외래성' 그리고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보험금 청구자가 1차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자살'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면,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정황을 보험사가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유서나 명확한 자살 동기, 목격자,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자살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4. 보험금 편취 목적 여부 판단: 보험 계약 체결 시 여러 보험에 가입했거나 채무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피보험자의 경제적 상황, 다른 보험 가입 목적, 사고의 고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5. 보험사의 해지권 행사 기간: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만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해지권이 소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