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남편이 심야에 운전 중 바다로 추락하여 사망하자 유족들이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보험회사는 망인이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웠으며, 사고 당시 상황이 자살을 의심케 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망인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거나 자살했다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여 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이 2016년 9월 28일 밤늦게 집을 나선 후 다음 날 새벽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승용차와 함께 바다에 빠진 채 발견되어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회사는 망인이 사망 당시 총 10건의 보험계약을 유지하고 있었고, 과거 정신질환을 앓았으며, 채무 초과 상태였던 점, 사고 당일 배우자와의 통화 내용과 사고 장소 이동 경위가 석연치 않은 점 등을 들어 망인의 사망 원인이 자살이거나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에 의한 것이므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보험회사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
피고(보험회사)의 원고들(유족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망인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거나 자살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망인의 사업체 운영과 배우자의 재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으며, 심야 해안가에서의 차량 추락은 우발적인 사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는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다음 법률 및 법리를 바탕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보험회사는 망인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며 이 조항을 근거로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망인의 보험 가입 내역, 사업 운영 상태, 배우자 재산 등을 종합하여 부정 취득 목적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법 제659조 제1항 (보험자의 책임):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면책 사유에 해당합니다.
상법 제732조의2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의 경우,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했더라도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의'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면책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생명보험 및 상해보험에서 보험수익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망의 원인이 자살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쟁점이었는데, 보험사가 자살을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상법 제739조 (상해보험): 상해보험에 대해서도 상법 제732조의2를 준용하도록 하여, 피보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상해 사망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음을 재확인합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호 (면책 조항의 제한):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보험 약관상 보험사고의 요건인 '우연성'의 입증책임과 보험사의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자살)'의 입증책임이 충돌할 때, 약관규제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고객(보험금 청구자)에게 고의가 없음을 엄격하게 입증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며, 보험사 측에서 자살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해야만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