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피보험자 A를 상대로, A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여 과도한 보험금을 수령했으므로 해당 보험계약이 보험금 부정 취득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보험금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1심에서는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항소심 법원은 피보험자 A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부터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보험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A는 2010년 3월 8일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을 포함하여,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여러 보험회사와 총 1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특히 2010년 상반기 약 6개월간 8건의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입원 일당을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이었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 16회에 걸쳐 총 38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원고로부터 10,860,000원을 포함해 여러 보험회사로부터 합계 85,213,913원의 보험금을 수령했습니다. 이에 원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는 피고가 월 480,868원에 이르는 과도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입원의 필요성이 없는 증상으로 과잉 입원하는 등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며 보험계약의 무효 확인과 지급된 보험금 10,14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되는지 여부, 그리고 그 부정 취득 목적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A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고 상당한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피고가 북한이탈주민으로서 사회·경제적 관념에 능숙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보험 가입 당시의 경제적 여력, 실제 수술 이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 판정, 그리고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당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가 보험계약 체결 시점부터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보험회사의 보험계약 무효 확인 및 보험금 반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가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는 사행심을 조장하고 합리적인 위험 분산이라는 보험 제도의 목적을 해치며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주므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가 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부정 취득 목적'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 상태,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 규모, 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정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고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의 개인적 상황(북한이탈주민), 보험 가입 당시의 납입 여력, 실제 수술 이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 판정 등 여러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보험계약 체결 시점의 부정 취득 목적을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자신이 여러 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과거에 다수의 보험금을 수령한 경험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보험 가입 당시의 재산 및 소득 상태, 직업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잘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월 보험료가 소득에 비해 과도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보험 가입 경위와 동기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TV 홈쇼핑 광고를 보고 가입했거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컸다는 등의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셋째, 실제 치료받은 내역과 입원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의료 기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 결과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입원 기간이 길었다는 사실만으로 부정 취득 목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넷째, 보험 가입 시 다른 보험 계약 여부에 대한 질문을 명확히 받지 않았거나, 질문을 받았더라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나 정황이 있다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약자나 특정 배경을 가진 사람이 사회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발생한 상황이라면 이러한 배경이 참작될 여지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