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 기타 형사사건
시의회 의원 예비후보 A와 그의 친구 B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인회 관광버스 앞에서 노인회 총무 D에게 여행경비 찬조금 명목으로 총 25만 원을 기부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유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C시의회 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피고인 A은 선거를 약 1달 앞둔 2006년 4월 27일 이른 아침, 친구인 피고인 B과 함께 노인회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피고인 A이 운전하는 승용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피고인 B은 노인회 총무 D에게 B의 이름이 표기된 5만 원 봉투와 아무런 표기 없는 20만 원 봉투를 전달했습니다. 당시 A은 운전석에서 D에게 인사를 했고, 이어서 A은 관광버스에 올라 자신의 명함을 돌리며 인사했습니다. 노인회 총무 D는 이름 없는 20만 원 봉투를 A이 기부한 것으로 생각했으며, 버스 안에서 회원들에게 "이번 시의원 선거에 나오는 사람이 이렇게 20만 원을 찬조했는데 어르신들은 알고 계시죠, 이번 선거에 알아서들 투표하십시오"라고 말하며 기부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 A은 돈 봉투 전달 사실을 몰랐고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피고인 B은 노인회에 순수하게 찬조금을 기부한 것이고 선거와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A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공범에 대한 법리 오해가 있었고, 특히 제115조 후단의 '추정 조항'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양 피고인 모두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A과 피고인 B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유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선거 약 1달 전 미리 약속하여 A의 선거 지지를 위한 인사와 찬조금 명목의 금품 전달을 계획했다고 판단하며, 특히 이름 없는 20만 원 봉투는 A이 기부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신분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조항(후보자는 제113조, 제3자는 제115조)이 적용되어야 하며, 각 신분관계에 해당하는 법조로 처벌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에서는 제115조 후단의 '추정 조항' 적용 없이도 B의 기부행위가 인정되므로 해당 조항의 위헌성 주장은 더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선거를 앞두고 다수인이 참여하는 행사에 금품을 직접 전달하고 그 사실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어 선거인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며, 피고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양형부당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는 후보자와 그 배우자, 소속 정당이 선거와 관련하여 선거구민 등에게 기부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시의회 예비후보자였던 피고인 A에게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5조(제3자의 기부행위 제한)는 누구든지 후보자 또는 정당을 위하여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며, 특히 후단에는 '후보자 또는 그 소속정당의 명의를 밝혀 기부행위를 하거나 후보자 또는 그 소속정당이 기부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부행위를 하는 것은 당해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 또는 정당을 위한 기부행위로 본다'고 명시하여 선거 관련성을 넓게 인정합니다. 피고인 B은 A을 위하여 기부행위를 했으므로 이 조항의 적용을 받았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57조 제1항 제1호(각 기부행위제한위반의 죄)는 제113조, 제114조, 제115조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근거가 됩니다. 법원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제한 위반죄가 각 신분관계에 따라 한정적으로 열거된 법조항에 따라 처벌되어야 하므로, 후보자인 A에게는 제113조, 제3자인 B에게는 제115조를 각각 적용하여 공범으로 처벌한 원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법 원칙으로, 피고인 A은 제115조 후단의 '추정 조항'이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해당 조항 적용 없이도 B의 기부행위가 인정되므로 위헌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는 재판부가 형을 정할 때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 동기, 수단, 결과, 범행 후의 정황(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합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와 죄질, 선거에 미친 영향, 그리고 반성 없는 태도 등을 참작하여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나 후보자와 관련된 사람이 선거구민 등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는 '기부행위'로 간주되어 공직선거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됩니다. 아무리 소액이라도 금품 제공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름이 없는 돈 봉투 등 출처가 불분명한 금품은 선거와 관련된 기부로 의심받기 쉬우므로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후보자 본인이 아니더라도 후보자를 위해 제3자가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후보자 또한 이러한 제3자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금품을 제공하는 자리에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예: "이번 선거에 알아서들 투표하십시오")이 동반된다면, 이는 기부행위의 선거 관련성을 더욱 명확하게 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 심리 과정에서 일관성 없는 변명이나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 태도는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친목을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하더라도, 선거가 임박한 시점의 행위는 선거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고 다수의 선거인에게 알려질 경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