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E 주식회사에서 망간에 노출되는 업무를 하던 F가 파킨슨병과 폐렴을 얻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F의 요양 신청을 불승인했으나, 행정소송을 통해 F의 파킨슨병 등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F의 유족인 A, B, C, D는 E 주식회사를 상대로 총 7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족들은 행정법원의 확정판결이 파킨슨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으므로 민사법원도 이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행정법원의 판결은 행정기관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을 뿐 민사법원을 직접 구속하지 않으며, 행정법원이 산업재해보험법상 간주규정에 따라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것이지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되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유족들의 항소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망 F 씨는 E 주식회사에서 망간에 노출되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파킨슨병이 발병했고 이후 합병증으로 폐렴까지 앓게 되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2013년 8월 21일 부산고등법원에서 파킨슨병과 폐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F 씨의 유족들은 이 판결의 기속력과 근로복지공단의 추가상병 승인처분의 공정력을 근거로 F 씨의 질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며,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원고 A에게 621,825,499원, 원고 C에게 30,000,000원, 원고 B, D에게 각 20,0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행정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확정판결의 효력이 민사소송의 법원까지 구속하는지, 그리고 산업재해보험법상 간주규정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이 곧바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항소와 항소심에서 확장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즉,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이 당사자인 행정청을 기속할 뿐 민사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행정법원이 F 씨의 파킨슨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은 구 산업재해보건법 시행령의 '간주규정'에 따른 것으로, 망간 노출과 파킨슨증 증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 것이지, 업무와 파킨슨병 사이에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회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두 가지 주요 법률과 법리가 다루어졌습니다.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기속력): 이 조항은 '처분 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을 기속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행정소송에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확정되면 해당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은 그 판결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본 판결은 이러한 기속력이 행정청이 아닌 민사소송을 심리하는 법원까지 구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행정법원이 어떤 사실을 인정했더라도 민사법원은 그 사실을 재량으로 다시 심리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의 상당인과관계: 회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망인의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과 회사의 과실 또는 책임이 있음을 원고가 입증해야 합니다. 산업재해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규정(구 산업재해보건법 시행령 [별표 3] 제10항)을 포함할 수 있으나, 이는 사업주의 민사상 책임을 묻는 '불법행위' 판단과는 다른 별개의 기준입니다. 이 사건에서 행정법원이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F 씨의 파킨슨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은, 당시 법령에 따라 망간 노출 업무에 2개월 이상 종사하고 파킨슨증후군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간주규정'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민사법원은 이러한 간주규정이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으며, 망간 노출이 파킨슨병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요하지 않는다는 행정법원 판결의 내용을 근거로 민사상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행정소송에서 질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사업주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재해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기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산업재해보험법에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업무상 재해로 '간주'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근로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므로, 민사소송에서는 회사의 과실과 업무와 질병 사이의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를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더라도 회사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에는 별도의 입증 자료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