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달 임금 청구 사건

이 사건은 택시 회사(피고)가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택시 기사(원고)의 소정근로시간(정해진 근무 시간)을 실제 근무 형태의 변화 없이 형식적으로 단축하여,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제외되는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회피하려 한 것이 주된 쟁점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탈법 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하고, 원고에게 미지급된 최저임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피고 회사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
• 피고 B 주식회사: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을 하는 택시 회사
• E노동조합 (C노동조합 D본부): 원고 A가 가입되어 있는 노동조합
• F조합: 피고 회사가 가입된 조합

분쟁 상황

원고는 피고 회사의 택시 운전 근로자로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받아왔습니다. 2007년 최저임금법에 택시 운전 근로자의 최저임금 산정 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특례조항이 신설되자,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정을 통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점진적으로 소정근로시간(정해진 근무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예를 들어, 2005년 임금협정에서는 1일 6시간 40분이었던 소정근로시간이 2018년에는 1인 1차제의 경우 4시간, 2인 1차제의 경우 3시간 40분으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켜 최저임금 미달을 피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이므로, 최저임금법에 따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였습니다.

핵심 쟁점

회사가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정을 통해 실제 근로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정해진 근무 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한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는 탈법 행위로 무효인지 여부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일 경우, 어떤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산정해야 하는지 여부 최저임금 미달액 외에 추가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있는지 여부 피고의 미납 기준운송수입금, 초과운송수입금 반환 주장 및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착오취소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2008년 이후의 임금협정에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합의가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택시 운전 근로자 특례 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무효화된 합의 대신 종전 2005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1일 6시간 40분, 월 200시간 기준)을 기준으로 원고의 최저임금 미달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최저임금 12,872,597원과 이에 대한 2021년 4월 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추가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주휴수당은 기본급에 포함되어 있었고, 연장/야간근로수당은 최저임금 산입 대상 임금이 아니므로 최저임금법 잠탈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의 미납 기준운송수입금 채권에 의한 상계 항변, 초과운송수입금 중 80%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 채권에 의한 상계 항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 착오취소 주장 등 모든 방어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결론

택시 회사와 노동조합이 최저임금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합의는 무효이며, 회사는 이에 따라 발생한 미지급 최저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성과 입법 취지를 강조하며, 편법적인 근로조건 합의의 효력을 부정한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일반택시 운송사업 운전업무 근로자 특례)​

   • 설명: 이 조항은 일반 택시 운전 근로자의 최저임금 산정 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만 산입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이 특례조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하여 고정급의 시간당 액수를 높이는 편법을 사용했습니다.
   • 판단: 법원은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택시 운전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려는 이 조항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탈법 행위'로 보아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화 없이 외형적으로만 시간당 고정급을 높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2.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소정근로시간의 의미) 및 관련 법리

   • 설명: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하여 정한 근로시간을 의미합니다.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합의가 가능하나,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경우에는 그 효력을 부정해야 합니다.
   • 판단: 법원은 2008년 임금협정 이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실제 근무 형태 변경 없이 최저임금 미달 회피를 목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는 탈법 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3.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 단서 (단체협약 효력 존속)​

   • 설명: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키는 별도의 약정이 있으면 그에 따릅니다. 새로운 단체협약의 일부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가 될 때도 유효한 단체협약이 새로 체결되지 않은 상태와 유사하게 보아 종전 단체협약의 해당 부분이 효력을 유지한다고 봅니다.
   • 판단: 새로운 임금협정상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법원은 2005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6시간 40분, 월 200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이 계속 유효하다고 보아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산정했습니다.

4.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 제2항 및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 (일부 무효의 특칙)​

   • 설명: 근로기준법은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은 그 부분만 무효로 하고, 무효가 된 부분은 법정 기준으로 보충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또한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부분은 무효로 하고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봅니다. 이는 민법 제137조의 '일부 무효 시 전부 무효' 원칙에 대한 특별 규정입니다.
   • 판단: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이로 인해 임금협정이나 근로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최저임금법에 위반되지 않는 기준운송수입금 합의 등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미납 기준운송수입금 채권에 의한 상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5.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

   • 설명: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초과 지급된 임금 반환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허용되지 않습니다.
   • 판단: 피고가 주장한 미납 기준운송수입금 채권이나 초과운송수입금 반환 채권을 원고의 임금채권과 상계하려는 주장은 이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되었습니다.

6.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및 착오 취소 주장 배척

   • 설명: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무효인 단체협약 등의 효력을 주장하는 것은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취소가 가능합니다.
   • 판단: 피고가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 신설 이후에도 편법적인 방법으로 정액사납금제 근로계약을 유지한 점, 강행법규 위반 행위 자체를 신의칙으로 옹호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또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로 판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피고의 기대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착오 취소 주장도 기각했습니다.

참고 사항

1. 근로계약 및 단체협약 내용 확인: 본인의 근로계약서, 회사의 취업규칙,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등에서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정해진 근무 시간)과 실제 근무 시간 및 형태가 일치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2. 최저임금 산정 방식 이해: 택시 운전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법 특례 조항에 따라 '생산고에 따른 임금'(예: 사납금을 초과하는 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 산정 시 제외됩니다. 이 부분을 명확히 인지하고 본인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지 따져보세요.
3. 형식적인 근로시간 단축 유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무 형태의 변화 없이 단체협약 등으로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면, 이는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 판단되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의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4. 이전 단체협약의 중요성: 만약 최신 단체협약의 일부 조항이 무효가 된다면,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그 이전의 유효한 단체협약 조항이 계속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 단체협약 내용도 잘 보관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주휴수당, 연장/야간근로수당 청구의 한계: 최저임금 미달액과 별도로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을 추가로 청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주휴수당이 기본급에 포함되어 지급된 경우, 추가 지급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연장/야간근로수당은 최저임금 산정 대상 임금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와 관련된 합의는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