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가칭)B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와 M&A 컨설팅 계약을 맺고 피고의 주택 사업 시행권 매각 또는 공동 시행사 선정을 돕기로 했습니다. 원고는 이후 '약정서'라는 문서를 근거로 피고에게 6억 원의 용역비를 청구했습니다. 약정서에는 용역 업무 범위에 '업무대행사 양수도'가 포함되고 용역 대금도 6억 원으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약정서의 진정성립을 다투며 용역비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2심 법원은 약정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가 원 컨설팅 계약을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B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와 2019년 2월 20일, 피고의 주택 사업 시행권 매각 또는 공동 시행사 선정을 위한 M&A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 대금을 3억 원으로 정했습니다. 원고는 이후 이 사건 사업의 인수에 관심 있는 D 주식회사를 물색하여 2019년 10월 16일 원고, 피고, D 사이에 D가 사업권을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가 작성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컨설팅 계약과 별개로 같은 날 작성되었다고 주장하는 '약정서'를 근거로, 용역 업무 범위에 '업무대행사 양수도'가 포함되고 용역 대금 6억 원을 피고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는 2020년 1월 29일 D와 직접 행정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5월 22일 원고에게 컨설팅 계약이 조합원의 동의 없이 체결되었다는 이유로 해지 통보를 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약정서에 따른 용역비 6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가 용역비 청구의 근거로 제시한 '약정서'가 실제로 유효하게 작성된 문서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가 원고의 컨설팅 계약 내용에 반하여 독자적으로 D 주식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계약을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가 원 컨설팅 계약에 따른 용역 업무를 완료했는지 여부입니다.
재판부는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시한 '약정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약정서'와 원 컨설팅 계약서 사이에 간인이 단절되어 있어 일체로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고, 둘째, 원고 대표이사 스스로 약정서가 컨설팅 계약서와 다른 시각에 작성되었다고 주장했으며, 셋째, 약정서의 용역 업무 범위와 용역 대금(6억 원)이 원 컨설팅 계약서(3억 원)와 크게 달라 별개의 약정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정서에는 작성 명의자 표시나 서명, 날인이 없고, 우측 상단 간인들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피고 추진위원장이었던 F의 진술은 업무상 배임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여 신빙성이 낮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약정서가 존재함을 전제로 한 용역비 지급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원고를 배제하고 D 주식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한 것이 계약 위반이라는 주장도 기각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원 컨설팅 계약상 원고의 업무는 '사업 시행권 매매 또는 공동 시행사 선정'이지 '새로운 업무대행사 선정'이 아니며, D가 사업 시행권 자체를 양수하는 것을 검토했던 것이므로 피고가 D와 업무대행계약을 맺은 것이 원 컨설팅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계약의 진정성립 및 계약 해석, 채무불이행 책임에 대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1. 처분문서의 진정성립: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그 내용이 당사자의 법률행위 내용을 명확히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서가 실제로 작성자의 의사에 따라 유효하게 만들어졌는지('진정성립')를 판단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02다34666 판결 등에서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한 반증이 없는 한 문서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해야 하지만, 진정성립 인정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약정서'와 주 계약서 사이의 간인 단절, 작성 시점의 불일치 주장, 내용상 현저한 차이, 서명이나 날인의 부재 등을 근거로 '약정서'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계약의 해석: 계약의 내용은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로 무엇을 의도했는지, 즉 '진정한 의사'를 기준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만약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계약서에 명시된 문언의 내용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원 컨설팅 계약서에 명시된 용역 업무의 범위가 '사업 시행권 매매 또는 공동 시행사 선정'으로 한정되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업무대행사 선정'은 원래 계약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3. 채무불이행 책임: 계약 당사자 중 한쪽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채무불이행 책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행위가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D 주식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고와의 컨설팅 계약상 원고가 수행할 용역 업무의 범위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으므로, 채무불이행 책임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모든 특약사항이나 별도 합의 내용이 주 계약서와 일관성 있게 작성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간인(도장이나 서명을 문서의 연결 부분에 찍는 것)이 모든 페이지에 연결되어 찍혔는지, 계약 당사자들의 서명이나 날인이 명확하게 존재하는지 꼼꼼히 살펴보세요. 만약 주 계약 내용과 크게 다른 내용의 '약정서'나 추가 합의를 할 경우, 이를 별개의 중요한 계약으로 간주하고 주 계약과 동일한 수준의 정식 절차와 당사자들의 명확한 동의를 거쳐야 합니다. 또한 계약서상 용역의 범위와 대금을 명확하게 명시하여 분쟁의 여지를 줄여야 합니다. 계약 이행에 관한 사항은 기록으로 남기고, 구두 합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서면으로 확고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당사자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 그 진술이나 서류를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