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교통사고/도주
9톤 화물차 운전자가 야간에 무단 횡단하던 74세 보행자를 치고 현장을 떠났다는 혐의(도주치상)로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운전자가 사고 발생 및 피해자 상해 사실을 인식하고 도주할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교통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므로,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라 판단하여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2024년 3월 20일 새벽 0시 13분경, 피고인 A는 9톤 화물차를 운전하여 사거리 교차로 앞 도로에서 신호 대기 후 직진 출발했습니다. 당시 야간이었음에도 피고인은 라디오 조작 등으로 전방주시 의무를 소홀히 한 채 운전했습니다. 피고인 차량 진행 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가림막이 설치된 육교 바로 밑을 무단 횡단하던 74세 피해자 F를 화물차 앞 범퍼로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약 10주간 치료가 필요한 '우측 요측 측부 인대 완진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고 보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은 사고 발생 및 피해자 상해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해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사고 직후 차량을 즉시 정차했다가 약 8초 후 다시 진행한 점, 사고 목격자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못 봤을 수도 있겠다고 진술한 점, 사고 후 피고인이 차량 속도를 높이지 않고 약 2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차량 외관을 탐색한 후 원래 목적지로 운행한 점, 경찰로부터 사고 발생 사실을 고지 받고 경찰서에 출석한 점,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므로 특별히 도주할 사정이나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사고 충격이 심각하지 않고 미세하여 피고인이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교통사고 발생 및 피해자 상해 사실을 인식하고도 도주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또한, 피고인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된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에 해당하나, 별도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에 포함되었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므로 공소를 기각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도주의 고의를 가지고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동시에 이 사건 공소사실에 포함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의 점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화물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므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기각을 결정했습니다.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도주치상): 이 죄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을 때 성립하는 고의범입니다. 이때 고의는 확정적 고의뿐만 아니라 미필적 고의(그럴 수도 있겠다고 짐작은 했지만 무시하고 지나친 경우)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 상해 사실을 인식하고 도주할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및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상): 운전 업무 중 전방주시 의무 태만 등으로 과실을 저질러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입니다. 피고인 A는 라디오 조작 등으로 전방주시 의무를 태만히 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 본문: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더라도 특정 중과실 사고(예: 12대 중과실 사고)나 사망, 뺑소니 사고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그 운전자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이는 사회 안전망으로서 종합보험의 기능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화물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므로, 이 조항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한 공소는 기각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및 제327조 제2호 (공소기각 판결):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해야 하지만(제325조 후단),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는 공소를 기각합니다(제327조 제2호). 본 사건에서는 도주치상 혐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했으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종합보험 가입을 이유로 공소기각이 내려졌으므로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 별도의 무죄 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충격을 느끼지 못했거나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즉시 차량을 정차하고 주변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특정 중과실 사고나 뺑소니 사고가 아니라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종합보험 가입만으로도 공소 기각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다만, 전방주시 의무 태만으로 사고를 유발한 과실 자체는 인정될 수 있으므로, 항상 안전운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보행자 또한 육교나 횡단보도 등 지정된 통행로를 이용하고 교통신호를 준수하여 예기치 않은 사고를 예방해야 합니다.